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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논단] 위태로워진 평화, 새 접근법을 강구하자 

 

북한 비핵화 약속 믿은 것은 중대한 정세판단 실수
북한 핵미사일 막을 수 있는 안보체제 확고히 다져야
새로운 비핵화 해법과 기존 틀과 다른 포용정책 필요

 

국민일보

입력

2019-12-17 04:01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2019년 한반도 평화는 지난날보다 더 나빠졌다. 그것이 요즘 며칠 사이에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미국에 대하여 연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들은 새로운 길을 갈 것이고, 그것이 미국에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12월 들어와서는 연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시험을 하면서 미국을 힘으로 제압하겠다고 위협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이 적대적인 자세를 이어가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며, 필요하면 군사력을 쓸 것이라고 응수했다. 로켓 맨이나 망령든 늙다리와 같은 조롱이 오가기도 했다. 이러한 갈등과 위협의 근원은 북한의 핵 문제다. 한반도의 평화는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보장되지 않는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작년에 우리 국민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대통령의 말을 듣고 환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0일 평양공동선언 대국민 보고를 통해 평양 합의들이 전쟁상태를 종료하고 전쟁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고 조속히 비핵화를 끝내겠다고 하면서 자신에게 미국과의 대화 중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국민은 신뢰하면서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당시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60%를 넘었다. 북한의 비핵화가 확실하게 실현되기만 한다면야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런데 나타난 현실은 전혀 딴판이었다. 평양선언 직후부터 북한은 비핵화를 거부하는 이상 징후들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결국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직접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음을 확인했다.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행동조치를 거부하고 핵군축 협상으로 미·북 회담을 끌고 가려고 한 것이다.

지금 북한의 강압적인 주장도 핵군축 협상에 미국이 동의하라는 것이다. 북한은 핵협상을 시작한 때부터 말로는 비핵화가 목표라고 주장했고 여러 차례 비핵화 합의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행동은 한 번도 쉼 없이 핵 개발을 지속하여 결국은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정부가 북한의 행동을 보지 않고 비핵화 약속을 그대로 믿은 것은 중대한 정세판단의 실수이다. 그 약속 후에도 북한은 핵무기를 더욱 고도화했고 이제는 비핵화는 협상테이블에서 내려졌다고까지 말한다.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 결단이 없다면 정상회담을 백번 해도, 평화의 구호가 아무리 무성해도 그것들은 허상일 뿐이다. 오히려 그것이 북한의 핵무장을 은폐하는 수단이 된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우리 정부는 그 회담이 문서상 서명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행동으로 적대관계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시작을 선언한 것이라고 엄청난 의미를 부여했다. 말과 현실의 엄청난 괴리이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는 거기에 참여하지도 못한 것이다. 한반도 문제를 토의하는 자리에서 배제된 것은 아주 좋지 않은 징조이다. 혹시 미국이 우리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북한의 비핵화는 물 건너가게 된다. 그것이 한민족에게 참혹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은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뻔하다. 주한미군이 철수해도 중국의 핵우산이 우리를 지켜줄 수 있다는 발상을 한다면 그것은 한반도의 역사적 맥락을 망각한 얼빠진 짓이고 반민족적이다.

올해 남북 관계도 엉망이다. 북한은 올해 5월부터 지금까지 13차례에 걸쳐 단거리 미사일 등을 발사했다. 그것은 남한을 대상으로 한 무기이다. 물론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기도 하다. 북한의 미사일에는 서울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핵무기가 장착될 수 있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우리에게는 없다. 북한은 11월 23일 연평도 인근에서 해안포를 발사했다. 이것은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다. 기대와는 달리 한반도의 화약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이 더 위험해졌다. 북한은 이제 과거와 같은 남북 경협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빈말은 아닐 것이다. 북한은 남한에 대한 존중이 눈곱만큼도 없다. 북한의 실무자들까지 나서서 문 대통령을 사정없이 능멸한다. 겁먹은 개는 무엇이며 삶은 소대가리는 무엇이인가. 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서는 성의껏 한 것 같은데 무엇을 어떻게 했기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 반성과 죄스러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하는가. 그런 소리를 들어도 괜찮은 것인가.

전반적으로 상황과 정세가 크게 변했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방식을 계속하면 우리의 지렛대가 없고 설 자리도 없다. 그것은 북한이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새길을 찾아야 한다. 우선 안보체제부터 확고하게 다진다. 그리고 새로운 북한의 비핵화 해법, 새로운 포용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세 변화가 근본적이고 매우 빠르다. 우리는 낡고 공허한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한반도미래포럼 이사

 


원문보기: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13133&code=11171320&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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