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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칼럼] 병역특례제도 차라리 폐지가 낫다

 

병역면제, 로또 아니라 수치… 英여왕 2차대전 몰타섬 근무도
양반 군역면제, 조선 패망한 요인 
軍, 체육·예술 인큐베이터 가능… 재외국민·여성 병역도 검토할 때

 

동아일보

입력 2018-09-06 03:00 수정 2018-09-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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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지난 토요일 아시아경기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극적 우승을 거둔 것은 그 상대가 숙적 일본이었기에 유독 통쾌했다. 우승 덕분에 손흥민 선수가 병역면제를 받게 되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면서 예술·체육인 병역특례제도에 대한 논란에 불을 질렀다. 이어 대중음악계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방탄소년단과의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됐다. 논란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병무청은 병역특례제도를 전면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한다.

1973년 도입돼 지난 45년간 진화해온 병역특례제도는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공중보건의 등의 대체근무를 통해 방위산업의 발전과 과학기술인력 양성, 무의촌 해소 등에 기여해온 바가 적지 않다. 그러나 특례제도가 알게 모르게 병역 면탈을 위한 온갖 비리와 편법의 온상이 되어 오면서 국민개병제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병역의무자들 간의 위화감을 조성하는 적폐로 전락한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

 

기준을 다시 설정하고 땜질 조정으로 보완할 일이 아니라 차제에 제도 자체를 아예 폐지하는 것이 답이다. 병역면제를 로또 당첨으로 여기는 사회 통념을 바로잡아야 한다. 병역을 국가에 대한 자랑스러운 헌신으로 여기고 병역면제를 부끄럽게 여기는 기풍과 문화를 만들어야 나라가 바로 선다. 병역면제 대상은 신체 또는 정신건강상 부적격자와 특정 범죄로 실형을 복역한 전과자 등으로 그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여 국민개병제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최소화해야 한다.

45년 전 병역특례제도 도입 당시 체육인을 포함시킨 데는 암울했던 유신독재시대에 국제스포츠대회에서 거두는 성적으로 억눌린 국민들에게 위안과 감동을 주어야 할 정치적 수요도 일정 부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체육·예술 분야 외에도 나라를 빛내고 국민을 감동시킬 업적이 차고 넘치는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에서는 더 이상 유지할 명분도 실익도 없다.

특례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군대를 병사들의 체력 단련뿐만 아니라 특기와 역량을 계발하고 활용하는 배움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군이 축구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 분야에서 최고의 팀을 보유하고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와 대중음악 그룹을 운영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병영문화 개선을 통해 벤처기업의 창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전문기술과 지식을 습득할 학교와 연구소가 될 수도 있다. 국방부와 군 지도부가 군 복무를 인생의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로 만들고 개인의 재능을 군 내에서 활용하고 키워 나갈 창의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스라엘군이 벤처기업 창업의 요람이 된 비결에도 힌트가 있다.

국민개병제의 연장선상에서 재외 영주권자와 여성도 병역이나 공익근무 의무를 지게 하는 방안도 검토할 때가 되었다. 사병 월급이 40만 원을 넘고 재외국민의 투표권 행사에 150억 원씩 예산을 지출할 재정이 있는 나라에서 영주권자들의 입영에 필요한 항공료를 지원할 재원이 없겠는가. 병역과 대체근무가 투표권 행사보다 더 중요한 국민의 의무라면 국적 포기와 병역의무 가운데서 선택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군 부사관학교 입시 경쟁률이 10 대 1을 넘고 사관학교 수석 졸업을 여생도들이 휩쓰는 시대에 굳이 병역에서만 여성을 차별하는 것도 시대정신과 이치에 맞는지 살펴볼 때가 됐다. 병역 대신 다양한 형태의 대체근무를 허용하는 방안도 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도 제2차 세계대전 중 지중해의 몰타섬에서 공주의 신분으로 영국군의 자동차 수리공으로 자원 근무한 적이 있다. 국가 방위에 왕족과 귀족들이 솔선수범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인구 규모에서 우리보다 그다지 크지 않은 영국을 강대국으로 만든 힘의 원천이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나라에 병역제도는 외세의 침탈로부터 나라를 지킬 국가 생존전략 차원에서 다룰 문제이지 특혜를 나눠줄 수단으로 삼을 일이 아니다. 조선이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겪고도 일어서지 못하고 결국 나라를 잃는 비운까지 겪게 된 이유가 한둘이 아니었을 터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전쟁으로 잃을 것이 가장 많은 양반사대부들에게 군역을 면제시켜준 제도 하나만으로도 망할 수밖에 없었다. 수탈과 억압에 시달려 오기만 한 상민들이 무엇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우겠는가. 병역의무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병역제도의 전면적 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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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80906/91856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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