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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SUNDAY] 길 잃은 트럼프·김정은, 첫 단추부터 다시 꿰라

 

구체 내용 빠진 싱가포르 합의 북·미 각자 방식으로 잘못 해석
김정은이 정세 오판하지 않도록 문 대통령, 9월 회담서 설득해야
개성 연락사무소 등 한·미 갈등 땐 한국의 대북 협상력 약화 우려

 

중앙일보

입력 2018-09-01 01:00 수정 2018-09-01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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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네 번째 방북 전격 취소로 한반도 안보상황이 또 한번 시계 제로 상태가 됐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폼페이오 방북 취소의 결정적 계기가 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편지에 대해 미 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편지의 뉘앙스는 ‘미국이 기꺼이 무언가를 (북한에) 줄 생각이 없다면 (폼페이오 장관은) 오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관리는 “북한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해야 할 일을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전했다. 

2006~2008년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았던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31일 중앙SUNDAY에 현 상황을 두고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 합의 내용에 대해 미국과 북한이 다시 제대로 합의하지 않으면 더 이상 협상이 진척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북·미가 합의하긴 했지만 합의 내용을 각자 방식으로 잘못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로버트 저비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저서 『국제정치에서의 인식(perception)과 오인(misperception)』에서 언급한 ‘오인’ 상황이다.
 
실제 북한은 ▶억류 미국인 석방 ▶핵실험장 폐쇄 ▶미군 유해 송환 등 먼저 신뢰조치를 충분히 취했으니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1항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2항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신뢰조치를 취할 것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종전선언 서명과 대북제재 완화가 그것이다. 반면에 미국은 지난 7월 폼페이오 장관의 세 번째 방북에서 요구한 대로 핵·미사일 리스트와 비핵화 시간표(timetable) 제시 등 3항에서 합의한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1·2항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도 “김 위원장이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데 참고 기다릴 수 있다”며 “나는 세계 누구보다도 더 큰 인내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현재의 교착 상황은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빠진 톱다운(Top-down) 방식의 정상 간 합의의 리스크가 드러난 결과며 협상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첫 단추’부터 다시 꿰는 게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천 이사장은 “북·미는 자신들이 원하는 의제 순서를 놓고 여전히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며 “합의 내용에 대한 인식 차를 좁히기 위해 이제라도 우리 정부는 북·미가 각각 취해야 할 조치의 순서와 시한, 특히 전체 협상을 가이드할 수 있는 큰 원칙에 합의하도록 종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미국이 폼페이오 장관의 네 번째 방북 직전에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임명과 방북 동행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미국은 이미 협상의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실장은 “지난 7월 폼페이오 장관의 세 번째 ‘빈손’ 방북 이후 미국 내에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며 “이번에 방북했더라도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앞으론 비건 대표와 협상하라는 일종의 상견례가 됐을 가능성이 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9월로 합의한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4·27 판문점선언에 따라 9월 남북 정상회담을 거쳐 유엔총회에서 남·북·미·중 4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종전선언 서명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날 스티브 비건 대표의 첫 동북아시아 순방 결정을 전하면서 “미국은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약속하면 종전선언 등 상호조치를 하는 데 개방적인 입장”이라고 소개했다.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핵·미사일 리스트 및 비핵화 시간표 제출과 종전선언 서명 빅딜이 유효하다는 뜻이다. 우정엽 실장도 “미 행정부 안팎에선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종전선언에 합의할 수 있다는 여론도 상당 부분 있다”며 “핵심은 역시 비핵화 조치”라고 강조했다. 

 

정상기 건국대 석좌교수는 “문 대통령의 역할은 협상의 디테일을 만들기보다는 상호 신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미국과 북한 간의 ‘오인’ 상황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해 유화적 제스처를 취할 수 있다는 등 북한이 잘못된 정세 판단에 따른 의사결정을 하지 않도록 큰 틀에서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도 “현 국면에서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남북 및 북·미 관계 발전의 선순환은커녕 상황이 장기 교착되거나 2017년 상황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공조 이완은 북한의 협상 레버리지만 강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최근 한·미 간에는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와 북한산 석탄 한국 반입을 둘러싸고 갈등 기류가 형성됐다. 천영우 이사장은 “북한에 한·미 공조 이완에 성공했다는 인상을 주면 결국 우리의 대북 협상력만 스스로 약화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상기 석좌교수는 “과거 경험에서 볼 때 미국은 한·미 간의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의견 조율을 많이 하지만 끝내 조율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 정책 방향을 바꾼다”며 “이럴 경우 한·미 관계는 쉽게 원상회복이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차세현 기자,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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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s://news.joins.com/article/22932733#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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