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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칼럼] 하노이 2차 美北 정상회담은 실패했나

 

美北 간 동상이몽 실체 확인, 협상 진전 위해 거쳐야 할 과정
영변, 北 핵능력 10분의 1도 안 돼… 김정은, 부분동결 저의 드러내
정부, 남북경협 재개 앞세우면 핵폐기 목표 달성 더 어려워져

 

동아일보

입력 2019-03-09 03:00 | 수정 2019-03-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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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객원논설위원 ·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지난주 베트남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은 결렬됐지만 나쁜 합의를 하는 것보다는 합의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단순한 진리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조건으로 제재를 해제해 달라는 김정은의 제안을 트럼프가 덥석 받았다면 이는 장차 비핵화 목표 달성을 더 어렵게 만드는 재앙이 되었을 텐데 트럼프가 김정은이 쳐놓은 덫에 걸려들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다. 동상이몽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은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기 위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과정이고 궁극적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되므로 하노이 정담회담을 실패로 단정할 일은 아니다.

김정은이 제안했다는 영변 핵시설 폐기는 한마디로 핵 포기는 고사하고 핵무력을 계속 증강해 나가되 증강 속도를 좀 줄여보겠다는 의미다. 예컨대 북한이 영변단지에서 연간 핵무기 3개분의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고 영변 밖에서 가동 중인 농축시설에서 6개분을 생산하고 있다면 이제부터 매년 핵무기 9개 대신 6개씩만 계속 더 만들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물질 생산능력에 대한 전문가들의 추정치에는 많은 편차가 있지만 매년 핵무기 8개분은 만들 수 있고 영변보다는 그 밖에서 더 많은 핵물질을 생산 중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김정은은 작년 10월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폐기할 수 있다고 했고 금년도 신년사에서 핵무기를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는 공약을 확인했다. 핵무기 원료 생산의 동결 없이는 핵탄두 추가 생산을 막을 수 없다. 결국 김정은이 트럼프 앞에 풀어놓은 보따리는 자신이 스스로 공언한 핵 동결조차 2단계로 쪼개어 우선 영변의 공개된 시설만 흥정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전형적 살라미 전술이다.

영변 핵시설을 처음 동결했던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에는 북한이 보유한 핵물질이 핵실험 한두 번 할 분량에 불과했으므로 영변단지가 북한 핵능력의 전부였다면 2007년 6자회담 합의에 따라 다시 동결했을 때는 상대적 가치가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 당시엔 이미 핵무기 5, 6개분의 플루토늄을 확보한 상태에다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20∼60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고 영변 외부에 대규모 비밀 농축시설을 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변 시설의 비중은 전체 핵능력의 10분의 1도 될 수 없다. 이미 군사적 용도로는 충분한 핵무기와 핵물질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북한으로서는 영변 밖의 비밀 농축시설까지 폐기하더라도 대수가 아니다. 부분 동결만으로 횡재를 노리고 핵무기와 핵물질을 지킬 지렛대로 이용하겠다는 김정은의 저의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김정은이 핵 폐기 대신 핵무력 증강 속도를 늦추는 조건으로 요구한 것은 제재의 사실상 전면 해제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기자회견에서 11개의 제재 가운데 5개만 해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하나 이는 군사 분야를 제외한 2016년 3월 16일 이후 안보리가 채택한 모든 제재를 의미한다. 비핵화하겠다면서 동결은 고사하고 이미 확보한 핵무기만으로는 모자라니 계속 더 만들어 나가는 데 힘들지 않도록 체력을 회복시켜 달라는 참으로 뻔뻔하고 맹랑한 발상이다.

그럼에도 김정은이 하노이에서 잃은 것은 없다. 트럼프의 국내 정치적 약점을 이용하여 대박을 노리고 무리한 베팅을 한번 해봤지만 본전이 축난 것은 없다. 본게임에서 사용할 카드는 꺼내놓지도 않고 맨 먼저 버릴 카드로 미국의 와일드카드부터 빼앗아 버리겠다는 과욕이 먹혀 들어가지 않았을 뿐이지, 그 때문에 추가 제재를 받거나 한미 군사훈련이 재개되는 것도 아니다. 제재 해제를 받아내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감을 잡은 것도 성과라 할 수 있다.

트럼프가 외교적 성과로 국내 정치적 위기를 덮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고 참모들의 건의를 수용한 것은 평가받을 일이다. 만약 김정은이 영변 밖의 농축시설까지 폐기하는 조건으로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면 합의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김정은의 과욕이 트럼프를 부실한 딜의 유혹에서 구해준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비핵화보다 남북경협 재개를 더 중시한다는 오해를 받으면 한미 간 소통과 공조는 더 어려워지고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취하겠다는 조치의 가치를 과대평가해주는 것은 미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김정은의 오판을 조장해 결국 핵 폐기 목표 달성을 더욱 어렵게 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사)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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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90309/944567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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