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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칼럼] 미국이 또 북한의 협상전술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미국, 대북 협상에 늘 밀리는 건 정치적 뒷심, 전략·전술 부족 탓
‘버티기’, ‘살라미’ 전술 분석해 협상 주도권 확보 계획 세워야
트럼프, ‘성과’ 유혹에 제재 풀면 北의 핵 보유 용인하는 결과 될 것

 

동아일보

입력 2019-02-07 03:00 수정 2019-02-0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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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이달 27, 28일 베트남에서 개최될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비핵 평화 프로세스의 미래를 좌우할 갈림길이 될 것이다. 북-미 간 동상이몽을 해소하여 작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지속되어 온 교착 상태를 타개하고, 비핵화의 개념과 조건을 구체화하고, 향후 비핵화 로드맵 협상의 지침이 될 원칙과 방향에 합의하는 것이 협상의 동력을 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이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선의로 해석하면 ‘핵 폐기 없이는 경제 발전과 체제 존속의 희망을 포기해야 할 경우에 한하여 값과 조건이 맞으면 고려해 보겠다’는 뜻이다. 미국이 북한 체제의 사활을 좌우할 수단을 갖고 있음에도 북한과의 협상에서 매번 밀리는 이유는 정치적 뒷심과 전략, 전술에서 북한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또 당하지 않으려면 북한이 구사할 전술을 이해하고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북한이 가장 능숙하게 사용해 온 고전적인 협상 수법은 버티기와 ‘살라미 전술’이다. 버티기는 입장을 한번 결정하면 일관되게 고수함으로써 상대방이 이를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여기게 만들어 스스로 단념하게 만드는 수법이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북한의 입장과 논리를 그대로 관철한 것도 버티기 덕분이다. 다음 선거가 다가올수록 절박하게 성과에 매달리고 시간에 쫓기는 미국 대통령을 지치고 초조하게 만들어 먼저 양보하게 만드는 데는 유용한 전술이다. 그러나 미국이 제재 강화로 대항하면 소용없다. 제재의 수위는 협상에서 시간이 누구 편인지를 결정한다. 제재가 강할수록 시간은 미국 편이 되고 제재가 완화되면 시간에 대한 통제권은 북한으로 넘어간다.

‘살라미 전술’은 자신의 의무사항을 살라미처럼 여러 조각으로 잘게 썰어 조각마다 값을 요구하는 것으로 제한된 협상자산으로 최대의 양보를 받아 내고 시간도 벌 수 있는 방법으로 이용된다. 예컨대 폐기할 핵시설을 영변 내부와 외부의 시설로 분리하고 폐기 과정을 다시 동결과 해체로 구분하는 것이다. 핵 신고와 검증도 다단계로 세분할 수 있고 핵 폐기도 핵탄두와 장거리 미사일의 해체와 반출, 플루토늄(Pu)과 고농축우라늄(HEU)의 반출 등으로 나누어 단계마다 미국의 상응 조치와 연계를 시도하는 방식이다.

이런 전술에 대항하는 방법은 북한이 취할 실질적 조치들을 3, 4단계의 바구니로 묶어 비핵화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값에 따라 등가성을 기준으로 상응 조치를 결정하고 가능한 조치부터 동시 다발적으로 이행토록 하는 것이다. 살라미 조각의 숫자로 값을 정하려는 수법을 중량에 따른 가격제와 비핵화 마일리지에 따른 보상 시스템으로 대항하는 것이다. 신속 이행에 대한 인센티브와 이행 지연에 대한 페널티도 필요하다.

이보다 더 영악한 북한의 협상술은 버릴 카드로 미국의 협상 자산을 소모시키는 것이다. 핵미사일 실험과 실험장은 북한에는 소용이 없어졌지만 미국으로부터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이라는 의외의 소득을 거두고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북한은 큰 것을 지키기 위해 작은 것을 내어주는 더 진화된 전술을 구사할 것이다. 북한이 핵 폐기의 1단계로 재처리 시설과 영변 안팎의 모든 농축시설을 폐기하겠다면 이는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핵 물질을 지키거나 철저한 검증을 회피하여 비밀 시설을 은닉할 미끼로 활용할 심산이라면 미국은 영락없이 걸려들 것이다. 북한이 장거리 핵미사일을 내어주는 대가로 이미 확보한 핵 물질의 보유 허용을 요구할 경우에도 미국은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핵무기의 추가 생산 중단이나 장거리 핵미사일의 폐기만으로도 엄청난 외교적 성과로 포장할 수 있으므로 제재 해제를 거부하기 어렵다. 북한으로서는 제재의 사슬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핵무기와 핵 물질의 폐기, 반출을 무한정 미루면서 버틸 체력을 회복하고,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받으면서 생존과 경제 발전을 누릴 길도 열린다. 미국이 제재의 복원(snap-back)으로 대항하려고 해도 국제 공조 체제를 재건하기 어렵다. 결국 비핵화의 보상으로 약속한 평화 체제와 체제 안전 보장 외에 막대한 경제 지원이나 현금으로 핵무기와 핵 물질을 매입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고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핵 보유를 사실상 용인하는 수밖에 없게 된다.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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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90207/94000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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