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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칼럼] 북핵 게임의 마지막 승부에 대비하라

 

대북특사단 결과 고무적이나 북의 ‘비핵화 조건’ 확인해야
한미 군사훈련과 주한미군, 美핵우산도 위협이라는 북,
北美평화협정-수교 이후에 비핵화하겠다면 어쩔 것인가
ICBM 배치 놓고 美분열시키면 김정은 1석4조 성과 거둘 수도

 

 

동아일보

입력 2018-03-08 03:00 수정 2018-03-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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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평창 겨울올림픽이 댕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대화 재개를 향한 불길이 거세게 타오르고 있다. 대북 특사단의 방북 결과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4월 말 판문점에서 개최될 3차 남북 정상회담과 조만간 재개될 북-미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전기가 마련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차분히 짚어봐야 할 대목이 많다.


우선 북한이 갑자기 ‘정의의 보검’으로 여기던 핵을 내려놓기로 한 의도와 배경에 석연찮은 점이 있다. 북한이 분명히 했다는 한반도 비핵화 의지가 우리 정부가 이해하는 것과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다.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했다면 이를 ‘비핵화 의지’로 해석하는 데 무리가 있다. 이는 핵무기를 열심히 개발할 때도 부정한 적이 없다. 비핵화를 언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의미가 될 수도 있다. 2012년 미국의 대북 식량 제공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자제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2·29합의’가 깨진 원인도 용어에 대한 해석 차이 때문이다. 합의 44일 만에 북한은 광명성-3호 ‘위성’을 발사하면서 미사일이 아니라고 우겼고 미국은 합의 파기로 간주했다.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대북 군사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도 구체적 내용과 이행의 선후관계를 확인하고 나면 기절초풍할지 모른다. 북한은 한미연합 군사훈련뿐 아니라 주한미군의 주둔과 미국의 핵우산까지 위협으로 간주할 것이다. 또 체제 안전 보장으로는 제재 해제에서부터 북-미 평화협정과 수교, 미국의 대북 무력 불사용 공약을 요구할 것이다. 발표 내용에는 없지만 수백억, 수천억 달러의 경제적 보상을 요구하더라도 놀랄 일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을 모두 챙기고 난 이후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인지, 단계적으로 상호 연계하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발표문의 문맥으로 보면 선불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모든 요구조건이 이행될 때까지 비핵화를 미루겠다면 핵, 미사일 개발 완료에 필요한 시간 벌기와 체력 보강을 위한 또 하나의 사기극에 불과하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진정으로 핵 포기 결단을 내리고, 비핵화 진도와 상응 조치 간의 연계를 받아들이면서 로드맵 수립에 진지하게 임할 자세가 확인되면 우리 정부도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이 현 단계에서 허를 찌르는 이런 절묘한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의 최우선 목표가 이미 개발한 핵 무력을 온전히 지키는 동시에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완성을 가로막는 경제 제재를 와해시키고 미국의 군사적 강제 조치를 피하는 것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북한이 솔직하게 비핵화 절대 불가 입장을 확인할 경우, 제재 강화를 자초하고 군사적 해법에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미국의 주전론자들이 쳐놓은 덫에 걸려들 위험이 있다.

따라서 북한이 현 상황에서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핵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비핵화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대화를 계속해 나가는 것이다.

북-미회담에서 북한이 ICBM의 배치 유예를 포함한 동결까지는 합당한 보상만 해준다면 수용할 수 있고, 비핵화는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고 핵을 대신할 법적 구속력 있는 안전보장을 제공해 핵이 필요 없게 되는 먼 훗날 하겠다고 한다면 미국 조야는 북한과의 협상을 계속할지를 두고 심각한 분열을 겪을 것이다. 불가능한 비핵화에 매달리다 화를 키우지 말고 동결이라도 챙겨놓고 보자는 주장과 북한의 현란한 말장난에 현혹돼 핵 보유를 정당화해 주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대립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현재로서는 비핵화 공약이 없는 동결을 일축하지만 다음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성과에 초조한 나머지 미국까지 날아올 ICBM이라도 막았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북한은 최소한 제재 강화와 군사적 옵션의 모멘텀을 꺾고 비핵화를 최대한 미루면서 미국과 동맹국을 이간시키는 1석 4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트럼프가 아무리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호언장담해도 김정은의 비범한 전략에 당하지 않을 재간이 있을까.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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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80308/89001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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