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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칼럼] `올림픽 평화론'의 허구

 

北 참가로 ‘올림픽 평화론’ 기대… 비핵화 유도는 비현실적

생존의 위협받지 않는 이상 北은 비핵화 협상 안 나서

`우리 민족끼리' 내걸어… 제재 흔들고 남남갈등 획책

 

 

동아일보

입력 2018-01-11 03:00 수정 2018-01-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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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새해 들어 남북관계는 극적 반전을 맞고 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용의를 언급한 이후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합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숨 가쁘고 어지러웠다. 김정은의 의제 설정과 상황 주도 능력은 금메달감이다.

북한의 참가가 올림픽의 흥행 보증수표를 넘어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마법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온 천지에 가득하다. 무엇보다 정부가 앞장서서 ‘올림픽 평화론’을 띄우고 있다. 김정은 신년사에 대한 논평에서 청와대 대변인이 “올림픽의 성공이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세계평화와 화합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3일 “평창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한반도의 평화를 알리는 나팔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쟁의 위험이 높아질수록 평화에 대한 갈망도 커지는 건 당연하다. 또 올림픽 주최국으로서 평화마케팅을 통해 그 의의를 과대포장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남북 공동입장과 올림픽의 축제 분위기가 조성할 평화의 환상과 진정한 평화를 혼동하면 안 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품격 있는 평화다.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를 결정하는 1차적 요소는 북한의 평화 파괴 능력과 의지, 그리고 이를 억지하고 방어할 한미동맹의 능력과 의지로 이뤄진다. 북한이 가진 평화 파괴 능력의 실체는 핵무기와 이를 운반할 미사일에 있으므로, 엄밀히 말해서 올림픽이 평화에 도움이 될지는 북한의 참가가 비핵화에 기여하는 정도에 달려 있다. 

북한이 핵과 장거리미사일 기술의 고도화를 위한 실험을 몇 개월 자제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개발을 계속하고 김정은이 공언한 대로 핵무기와 미사일의 대량생산과 실전배치에 박차를 가한다면 올림픽 기간에도 북한의 평화 파괴 능력은 증대될 것이고 올림픽 이후의 평화를 더 위태롭게 할 것이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끌어내기 위한 한미 연합훈련의 연기가 규모 축소로 이어진다면 북한의 평화교란 행위를 막아낼 능력과 태세도 약화될 것이다. 

 

이렇듯 ‘올림픽 평화’는 실체가 없는 허구이고 환상일 뿐이다. 평화의 환상에 도취돼 있는 사이 진정한 평화는 실제 더 멀어질 수 있다. 올림픽 기간 동안 조성될 평화의 거품 속에 보일 허상을 진정한 평화로 착각하고 전쟁의 공포에서 잠시 도피하는 게 국민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환각 상태에서 벗어날 때 겪어야 할 후유증이 문제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 자체가 평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없더라도 이를 계기로 남북대화가 재개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북한의 의도와 관심사를 파악하고 오판을 막기 위해서라도 남북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남북대화를 통해 비핵화를 유도하겠다는 발상은 현실성 없는 과욕이다. 북한이 생존을 위협받을 수준의 경제봉쇄를 당하기 전에는 핵무기를 협상의 대상으로 삼을 리 없다. 설혹 비핵화를 결심하는 기적이 일어나더라도 김정은 정권의 운명을 바꿀 수단과 의지를 가진 미국을 제쳐두고 우리와 협상할 이유가 없다.

북한이 남북대화를 통해 노리는 점은 ‘우리 민족끼리’의 이름으로 국제공조를 허물고, 대북 제재전선을 교란해 제재 강화의 동력을 차단하는 것이다. 아울러 한미동맹을 이간하고 남남갈등을 획책해 우리를 미국의 선제공격을 막는 방패로 악용하는 것이다. 정부가 대화에 매달리거나 조급해할수록 ‘민족공조’를 통해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이미 확보한 능력을 지키려는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 위험성도 높아진다. 대화를 통한 모든 평화적 비핵화 노력을 소진하고도 아무 성과를 내지 못하면 미국의 군사적 해법에 반대할 명분만 상실하게 된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이루려면 전쟁으로 잃을 것이 더 많은 대한민국이 평화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이 관건이다. 핵 흉기를 벼리고 있는 북한에 대한민국이 인질로 잡혀 있는 상황에서 누리는 평화란 인질범의 자비에 의존하는 굴욕적 평화다. 인질범의 비위를 맞추고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대가로 얻는 일시적 평화는 내일의 재앙을 더 키우는 가불(假拂)한 평화일 뿐이다. 북한이 평화를 파괴하려고 해도 우리 힘으로 평화를 지킬 수 있고 평화를 강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명예롭고, 지속 가능한 진정한 평화를 누릴 수 있다.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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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80111/881167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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