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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칼럼] 비핵화 협상이 겉돌고 있는 이유

 

북-미 간 합의 내용부터 각자 異見 
美, 北의 비핵화 약속으로 보지만 北은 美의 체제보장 약속이라 여겨
트럼프의 1차 협상은 실패했다… 한미훈련 없이 북핵 동결 못 받을 것

 

동아일보

입력 2018-11-08 03:00 수정 2018-11-0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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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5개월이 가까워 오는데도 합의 이행을 위한 로드맵과 검증체제 협상은 아직 시작도 못 하고 있다. 8일로 예정됐던 북-미 뉴욕 고위급 회담은 전격 연기됐다. 역사적 합의가 어쩌다 첫걸음도 떼지 못하는 운명을 맞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규명해야 해법도 찾을 수 있다.

 

 

싱가포르 합의가 이행되지 않는 1차적 원인은 북-미 간에 합의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견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공동성명의 본질은 북한의 비핵화 약속이지만 김정은에게는 미국이 관계정상화와 평화체제를 통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해소하고 체제 안전을 보장해주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철폐를 조건으로 상호 비핵화에 ‘노력’하겠다는 그간의 일관된 입장을 관철한 것이다.  

미국이 협상의 주도권을 상실하고 샅바싸움에서 계속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은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구조와 순서에 북한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해줬기 때문이다. 어떤 합의가 가능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정상회담 날짜부터 덜컥 결정했다가 취소 소동과 번복을 거치면서 주도면밀한 김정은의 페이스에 꼼짝없이 말려든 것이 이런 낭패를 초래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불가피한 이유도 장관급 협상으로는 트럼프의 충동적 외교가 저지른 실책의 수렁에서 헤어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무회담에서 합의 내용을 타결하기 전에 2차 정상회담 날짜부터 확정하면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수 있다.  

 

협상이 미국 뜻대로 풀리지 않는 또 하나의 원인은 북한이 협상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협상전술로 미국을 제압해 온 데 있다. 미국은 김정은 체제의 사활을 좌우할 다양한 레버리지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를 비핵화에 활용하지 못하는 반면 북한은 ‘버린 카드’로 미국의 레버리지를 무력화하는 데 신통력을 발휘하고 있다.

올해 4월 20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실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도 필요 없게 되었으며 핵실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쳤다”고 선언한 바 있다. 북한에는 소용없어진 카드로 트럼프를 정상회담에 끌어내는 데 성공하고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란 뜻밖의 선물까지 받고도 김정은은 제재 해제와 종전선언을 덤으로 내놓으라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

 

협상 교착의 근저에는 양측이 주고받을 조치의 등가성에 대한 오판이 자라잡고 있다. 핵·미사일 실험은 추가 제재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실험 중단은 추가 제재 중단과 연계할 사안이지만, 한미 연합훈련 동결은 핵 동결 및 신고와 등가성을 가진다. 트럼프가 연합훈련 중단이란 핵심 협상 자산을 아무 대가도 받아내지 못하고 날려 버린 것이 북한에는 핵 동결과 신고서 제출을 거부할 힘과 자신감의 원천이다.

 

한미 훈련 재개 없이는 6·25전쟁 종전선언만으로 북한으로부터 핵 동결과 신고를 받아내기 어렵다. 현 단계에서는 동결과 신고를 받아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긴 하나 이를 위해 대북제재를 풀기 시작하면 그보다 수백 배 더 어려울 핵 폐기와 검증에 사용할 수단은 그만큼 줄어든다. 제재는 평화적 비핵화를 달성할 마지막 수단이다. 미국이 당장의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북핵 폐기가 완료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에서 후퇴하면 비핵화도 포기하는 것이다.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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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81108/927803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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