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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강제징용 판결의 후폭풍, 한·일 협력으로 해결해야

 

과거사 협력 해결 차원에서 한국 정부와 관련 한·일 기업이
기금을 출연해 보상하는 것이 버람직한 해결 방안 될 수 있어

 

중앙일보

입력 2018-11-05 00:17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주일대사

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 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

 


 

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본 식민 지배 시절 강제징용 피해자가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에게 1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원고 청구가 일본의 불법적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 행위를 이유로 한 위자료이므로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 관계를 해결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 범위에서 제외된다고 보았다.
 
이번 판결로 20여년간 큰 고통을 겪은 피해자들이 구제받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한·일 관계에는 다양한 함의를 내포한다. 첫째, 판결로 장기간 정체 상태에 있는 한·일 관계가 더욱 경색될 우려가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청구권협정으로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 있을 수 없는 판단이다. 국제 재판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시야에 넣고 의연히 대응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둘째, 판결은 일본 식민 지배의 불법성 문제를 다시 표면화시켰다. 한·일 국교정상화 교섭의 난제 중 하나가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둘러싼 대립이었다. 결국 각자 다르게 해석하는 ‘이견합의(異見合意)’를 통한 절충의 산물이 1910년 이전 조약의 효력에 관한 기본조약 제2조의 ‘이미 무효’라는 문구와 청구권협정이다. 판결은 식민 지배 불법성을 들어 원고 청구를 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과거의 본질적 대립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셋째, 판결은 청구권협정의 둑을 허무는 효과를 통해 다른 과거사 문제를 되살리는 계기를 제공함으로써 한·일 역사 화해에 상당한 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 넷째, 판결은 강제 징용 문제는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2005년 민관합동위원회 결정 및 유사한 사건에 관한 2012년 5월 10일 대법원 민사2부의 상고심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사법 자제’의 문제와 함께 행정부의 입장 변경 문제가 대두한다. 다섯째, 판결은 우리 공신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합의의 무력화에 이어 기존 입장을 뒤엎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와 일본과 국제사회에서 우리 신뢰도를 떨어뜨릴 것이다.

 
향후 해결 방안은 크게 4개 선택지가 있다. 첫째, 판결을 그대로 이행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우리가 일괄 타결로 5억 달러 청구권 자금을 받아 경제 개발에 사용했고, 피해자에게 7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중반 두 차례 보상했으며, 기존 정부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일본의 반발로 한·일 관계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둘째, 판결 소수 의견이 제시한 한국 정부의 보상 방식이다. 정부의 과거 피해자 보상이 불충분했고 청구권 자금이 초기 경제 개발의 초석이었다는 점에서 타당하다. 다만 대법원 판결과 상치된다는 점에서 정부 예산 사용에 관한 국내 반발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셋째, 독일식으로 기금을 설립하는 방안인데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독일은 2000년 미국과의 행정협정에 따라 미국 내 소송 취하를 조건으로 정부와 기업이 절반씩 낸 100억 마르크로 기억·미래·책임 재단을 설립해 유대인과 동유럽 강제 노동 피해자들에게 보상했다. 일본 기업들은 강제 노동으로 이득을 본 직접 당사자였지만 정부 간 일괄 타결로 민사 책임을 면하였고, 2012년 대법원 판결 당시 판결을 이행하려 했으나 일본 정부 지침으로 재판을 계속한 바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 청구권 자금 사용 한국 기업, 강제징용자 사용 일본 기업 3자가 출연한 기금으로 보상하는 방안은 한·일 협력을 통한 원만한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미 가지마건설(2000년), 니시마츠건설(2009년), 미츠비시머티어리얼(2016년) 등은 재판상 화해를 통해 중국 노동자들에게 사죄를 표명하고 기금을 통해 보상했다.

 
넷째, 제3자적 해결로 국제 재판이 있다. 일본의 국제사법재판소 회부는 한국이 응소하지 않으면 재판은 성립되지 않으므로 국제 여론전에 이용될 뿐이다. 청구권협정 제3조에서 중재에 응할지는 향후 한·일 문제 해결 루트를 연다는 점에서 일본이 거부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같이 회부하는 전제로 검토해 볼 수 있다. 한편 일본 기업이 2002년 한일투자보호협정 제15조에 의한 투자자-국가 소송을 한국 정부에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어느 방안이든 역사가 쌓인 사안이라 손쉬운 것은 없다. 이번 판결로 당분간 어려움이 있겠지만, 차분히 대화와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에 따라 협력적 방식으로 실효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양측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정상 간 셔틀외교를 통해서라도 원만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주일대사·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 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 / 전 주일 대사

 


원문보기:

https://news.joins.com/article/2309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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