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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미래포럼


 

민주주의 절차의 정당성 존중, 만인에게 평등한 법정신 이뤄
역사와 화해하며 미래를 열고, 격차 줄여 공동체의식 회복해야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 전 주일 대사

 

우리는 초고속 불균형 성장 후유증으로 비정상이 겹겹이 쌓인 대사장애증후군을 앓고 있다.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든 대통령 탄핵 사태가 그 한 단면이다. 우리 사회에 넓고 깊게 똬리를 튼 각종 비정상을 떨쳐 내지 않으면 국가 과제인 선진 통일 한국 달성은커녕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중국 부상과 북한 위협의 증대로 한반도 환경이 불안정해지고 우리 경제와 안보를 지탱해온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또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고 저출산·고령화·도시화로 사회 구조도 큰 변혁을 겪고 있다. 이렇듯 대내외적으로 복잡다기한 문제의 해결에는 정치권으론 안 되고 모든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범사회적 대응이 요구된다. 이런 관점에서 대한민국 대개혁을 위한 ‘리셋’의 방향을 생각해 본다.
 
첫째,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빨리빨리’에 쫓겨 절차를 등한시했고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여겼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실체적 적실성과 절차적 정당성에 있다. 우리는 1987년 민주주의 체제를 쟁취한 뒤 이를 뒷받침하는 민주적 가치와 문화를 충분히 키우지 못했다. 민주 질서는 상호이해·존중·신뢰, 관용과 타협에 의존한다. 그러나 우리는 효율성 추구에만 치중해 초경쟁사회를 만들었고, 우리 편과 적을 구분하면서 패거리 문화에 젖어들어 기본을 망각했다. 이제는 상생사회 건설을 위해 민주주의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둘째, 인본(人本)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고속 성장에 매진하면서 물질주의와 금권주의에 휩쓸렸다. 우리 사회의 작동 원리가 인간 중심이 아닌 물질적 욕구로 치환되면서 많은 폐해를 양산했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인간답게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인간의 얼굴’을 가진 경제를 지향하고, 각 분야에서 인간 생명의 존엄과 가치가 우선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양성평등이 모든 분야에 뿌리내리도록 하며, 인명 경시 풍조를 없애 안전한 사회를 확보해야 한다.
 
셋째, 법치로 돌아가야 한다. 예측 가능하고 공정한 선진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법치에 충실해야 한다. 반칙·변칙이 성행하고 법을 어기는 자가 성공하는 풍토를 청산해야 한다. 법치 부족으로 인한 신뢰 자산의 상실과 사회적 비용은 선진국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의 하나다. 입법에 신중을 기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사회적 인식이 바뀌도록 공정한 법 집행을 통해 ‘법 앞의 평등’을 보장해야 한다.
 
넷째, 환경으로 돌아가야 한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환경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토대이자 미래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자산이다. 중후장대형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는 에너지 다소비국이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세계 9위다.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98%로 에너지 안보도 매우 취약하다.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화를 생활화해야 한다. 전 사회적으로 녹색성장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환경기술 개발을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에 힘써야 한다.
 
다섯째, 미래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지난 세기 식민지 지배, 분단, 전쟁으로 참담한 비극을 겪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새 국가를 건설하는 힘든 과정에서 민족주의가 국가 발전 동력의 일부가 됐고 힘들었던 과거에 대한 기억의 공유는 공동체의 밑받침이 됐다. 그러나 오늘날같이 국가 생존이 걸려 있는 격변의 시기에는 한정된 국력과 자원을 새로운 미래 패러다임 구축에 써야 한다. 이념 대결의 연장선상에서 과거에 집착하면 미래를 열어갈 동력 유지에 필수적인 사회 통합을 해치고 국제적 흐름에서도 뒤처진다. 올바른 역사를 위한 진실 규명과 교육은 꾸준히 추구하되 역사와 화해하면서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여섯째, 탈정치하여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사회처럼 정치가 모든 영역에 침투해 정치화함으로써 본질이 왜곡되는 경우도 드물다. 경제는 경제인, 교육은 교육자, 문화는 문화인, 과학은 과학자가 주역이 되고 행정과 정치는 이를 지원하는 체제가 돼야 한다. 이제 공만 쫓는 동네 축구에서 토털사커처럼 분야별로 정치의 간섭 없이 스스로 맡은 역할을 소화하면서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일곱째, 공동체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사회는 건전한 개인주의를 넘어 이기주의와 님비현상으로 공동체 의식이 매우 엷어졌다. 양극화로 심화된 빈부 격차, 3불 세대인 청년층과 노후준비가 모자란 노인층 간의 세대 격차, 집중 현상이 심화되는 수도권과 소외·공동화에 힘들어 하는 지방간의 지역 격차가 공동체의 일체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격차 해소의 출발점은 개개인이 ‘함께, 더불어’의 공동체 의식을 회복함으로써 이해 당사자들의 양보와 타협을 꾀하는 데 있다.
 
전환기의 위기 상황을 기회로 바꾸려면 철저한 구조적 변화가 요청된다. 우리 모두가 내 안에 있는 비정상을 털어내야 하며, 특히 지도층이 솔선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한다. 비정상의 청산을 넘어 기본을 토대로 ‘제2의 건국’을 한다는 각오로 매진한다면 반드시 선진 통일 한국의 길은 열릴 것이다.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주일대사]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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