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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미래포럼


 

미국 우선, 고립주의 우려 커도 ‘백지상태에서의 변화’는 기회
한·미 FTA 재협상 지렛대 삼아 북핵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 전 주일 대사

 

최근 우리 대외환경은 여러 차원에서 전환기적 혼돈과 불가측성에 직면해 있다. 한반도에서는 북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포함한 북한 문제의 심각화, 동아시아에선 부상하는 중국의 공세적 대외정책과 이에 맞선 미국·일본의 헤징전략 대립, 세계적으로는 양극화·민족주의·극단주의·포퓰리즘·반세계화 등에 의한 전후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민주주의의 취약성 증가라는 삼각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헌정 위기로 리더십 공백까지 겹쳐 미증유의 복합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변화를 상징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은 우리 외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대응 또한 만만치 않다.

이번 미국 대선은 경제·사회 등 국내 문제에 집중돼 선거 캠페인을 토대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방향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트럼프가 기존 정치권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판단 재료가 더 희박하다. 이런 제약 아래 트럼프 대외정책의 방향과 특징을 추론해 본다.

우선 트럼프 당선의 원동력이 성난 백인 노동자 계층에 ‘미국 우선’과 ‘미국 재건’이 먹혀든 데 있는 만큼 고립주의와 일방주의 성향이 강할 것으로 본다. 부시 행정부의 신보수주의에 입각한 적극적 일방주의와 달리 미국의 핵심 이익에 치중하는 ‘소극적 일방주의’로 흐를 개연성이 높다. 경제에서는 다자체제보다는 양자적 접근을 통해 미국 이익을 앞세울 것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 한·미 FTA 개정, 중국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등 관리무역에 경도될 가능성이 크다. 안보에서는 동맹국들에 역할 분담 요구를 늘리면서 ‘역외균형(offshore balancing) 전략’으로 옮겨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트럼프가 아웃사이더로 외교 경험과 식견이 부족한 만큼 새로운 외교안보 진용이 거의 백지인 상태에서 앞으로 어떻게 대외정책 내용을 정할지가 중요하다.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이 모두 매파로 군 출신이거나 경력자라는 점에서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면서 대외정책 수행에 군사력 활용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나 트럼프의 고립주의 성향과 어떻게 조정이 될지 주목된다. 셋째, 기업가 출신 트럼프의 실용적이고 탈이념적인 성향은 가치보다는 이익, 세력 균형보다는 이익 균형에 기울 것으로 본다. 또한 반기득권 분위기를 업고 당선돼 이해그룹에서 자유롭고 거래와 교섭에 능하다는 점에서 외교 상식이나 전통적 사고에 얽매이지 않고 목적을 위해 계산된 변칙도 불사할 것이다. 중국 압박을 위해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전화 통화를 한 것도 그런 예다.

넷째, 대통령직 수행을 위해서는 공화당 주류와의 타협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전통적 공화당 정책과 충돌하는 기존 입장들이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요직 인선에 그런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다섯째, 미국의 제한된 외교자원을 동아시아·중동·유럽 3개 핵심 이익 지역에 어떻게 배분할지 불확실하다. 최근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의 행보에서 보듯이 TPP 탈퇴로 동아시아 내 미국의 영향력 후퇴가 우려되는 가운데 미·중 관계를 어떻게 관리해 갈지 주목된다. 시리아·우크라이나 문제의 타협을 통해 대러 관계를 리셋하면서 대중 견제에 치중할 것인지, 아니면 공화당 파벌들이 거의 합의하는 이란 압박에 집중해 중동을 우선할지도 관심 대상이다.

트럼프 당선에 대한 주요국 여론조사 결과 한국이 가장 부정적이었다. 낯선 인물이고 한·미 관계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겠지만 꼭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백지 상태에서의 변화’라는 점에서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우리로서는 가장 중요한 외교 과제인 북핵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현실에 부합하는 실효적 해결책을 마련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우선사항에 반영시키도록 설득해야 한다. 이와 관련, 교섭 재개에 대비한 유인책과 압력의 적절한 혼합, 교섭 순서와 시간표 등에 관한 구체적 복안의 작성이 시급하다. 대책 없는 워싱턴 러시는 오히려 약점만 노출하는 역효과만 날 뿐이다.

한편 트럼프의 한국 관련 발언은 상당 부분 오해에 기인한다. 따라서 올바른 사실을 트럼프 행정부에 주입하는 일이 급선무다. 우리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 예산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일본에 비해 상당히 높고 분담액도 토지비용을 넣을 경우 결코 적지 않다. 이와 함께 향후 대미 교섭에 쓸 지렛대와 교환 재료도 점검해야 한다. 한·미 FTA와 관련해 이행이 미진한 부분을 선제적으로 해소하는 등 미리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도 필요하다.

한·미 동맹은 쌍무적 관계다. 당당하게 교섭하고 불가피한 부담은 우리 경제나 국방 강화에 활용하면 된다. 그리고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로 우리 운신의 폭이 넓어질 부분(미·러 관계 정상화)이나 좁아질 부분(미·중 관계 경화)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 정치 공백이 안타깝지만 정부라도 확실히 무게중심을 잡고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한다.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주일대사]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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