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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칼럼] 한일 간 안보협력은 왜 필요한가

안보위기 때 일본이 한국 돕는 건 역사적 빚을 갚게 해주는 장치… 부끄럽거나 자존심 상할 것 없다

한일 과거사 해결 미완성이나 양국 미래 막아서도 안 될 일

우리에게 도전은 중국의 浮上… 미국만 의존 말고 일본 주시하라

 

동아일보

입력 2016-12-08 03:00:00 수정  2016-12-08 07: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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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지난달 23일 체결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은 양국 간 협력의 영역을 안보 분야로까지 확대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27년 전 우리 측이 필요성을 제기한 이후 협정 체결에 이르기까지 많은 논란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정부가 더 이상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용단을 내린 것은 다행이다.

정보는 아무리 많아도 모자라기 마련이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우리의 대북 정보수단을 총동원해도 필요한 정보의 10분의 1도 확보하기 어렵다.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아내기 위해 아무리 많은 정밀타격 자산을 갖추고 물샐틈없는 다층적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더라도 북한의 군사 동향을 제때 탐지하지 못하면 소용없다.

우리 군의 치명적 취약점은 정보·감시·정찰(ISR) 능력의 부족이다. 33개국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고 있으나 우리에게 유용한 정보를 수집할 능력을 갖추고 이를 공유할 의지가 있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뿐이다. 북한의 군사동향을 감시할 정찰위성 1개도 아쉬운 판에 일본은 5개나 운용하고 있다. 우리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정찰위성 5기를 포함한 일본의 우수한 정보자산을 활용할 길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군사정보 분야에서의 협력을 계기로 이제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는 한국 방어에만 사용할 목적으로 운영하는 7개의 유엔사령부 후방기지가 있다. 유사시 일본이 이를 우리 항구나 공항까지 수송하는 작업을 거들어주는 만큼 한미동맹의 수송자산과 민간선박들은 북한 쪽에 투입할 여력이 생긴다. 우리만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위급사태를 맞았을 때 일본이 짐꾼 노릇이라도 해서 역사적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놓는 것은 부끄러운 일도, 자존심 상할 일도 아니다. 군사기술이나 방위산업에서도 일본의 협력을 금기시할 필요가 없다.

항일독립투쟁과 반일(反日)이 아직도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규정하고 친일의 낙인이 정치적 사형선고로 여겨지는 풍토다. 이 속에서 과거사 청산을 거부하고 독도 영유권까지 주장하는 일본과 안보협력을 추진하려면 만만치 않은 저항과 역풍을 각오해야 한다. 한일관계의 미래를 위해 과거사 해결 노력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트라우마가 한일관계의 미래를 지배하고 국익을 가로막는 상황을 무한정 방치하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다.

국민 정서의 벽을 넘어 한일 간 안보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할 가장 확실한 근거는 양국 간 안보 이해관계의 공통성에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한일 양국만큼 직접적인 위협을 받는 나라가 없고 중국의 부상과 힘을 이용한 현상 변경도 양국 모두에 엄중한 중장기적 도전이다. 한반도에 대한 안보 위협은 언제나 동북아의 패권을 장악한 나라에서 나온다는 역사적 사실을 망각하면 안 된다. 패권 유지에 전략적 요충인 한반도를 지배하거나 적대세력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1세기 전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지역 패권을 장악한 데서 우리 민족의 불행이 시작됐듯이 21세기의 도전은 중국의 부상에서 올 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막아낼 우리의 주권조차 부정하는 행태는 중국 중심의 패권적 질서가 우리에게 끼칠 폐해의 서막에 불과하다.

일본이 안보법제를 개정하고 국방력 증강을 위해 아무리 발버둥쳐도 예측 가능한 미래에 중국을 제치고 패권세력으로 부활할 가능성은 고사하고 중국과의 군사력 격차를 줄일 방법도 없다. 일본이 독자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능력이 없고 미국과의 동맹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한국에 위협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동북아 전략지형의 재편 속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위험회피와 생존전략은 역내 세력균형 유지에 베팅하는 것이다. 전략적 균형이 패권세력의 횡포를 억제하고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입지와 운신의 공간을 확보해주기 때문이다. 최후의 균형자로서 미국의 역할에 우리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

미국의 대북 정책과 대아시아 전략을 한일 양국의 공통 이익에 합치되도록 하는 데도 양국이 개별적으로 교섭하는 것보다 공동으로 하는 것이 워싱턴을 움직이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이다. 미국이 고립주의로 후퇴하는 것을 막고 북한 비핵화에 지속적인 집중력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한일 간의 긴밀한 전략적 소통과 공조가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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