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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천영우] 선제공격의 국제법적 근거와 한계

 

北5차 핵실험 이후 떠오른 선제타격론, 예방적 자위권 허용범위 논란
국제법상 인정 받으려면 임박성-비례성의 원칙 따라야
선제공격 논란보다 시급한 건 北 밀착감시, 정밀타격수단 배치


 

동아일보

입력 2016-10-06 03:00:00 수정  2016-10-06 09: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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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북한 핵 미사일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론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선제공격을 상정한 새로운 작전계획의 존재가 알려진 데 이어 현재 알래스카에서 진행 중인 ‘레드 플래그’ 훈련에 참가한 한국 공군의 F-15K 편대가 미 공군과 연합으로 북핵 시설 공격훈련을 한다는 보도가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예방적 자위권(anticipatory self-defense)에 근거를 둔 선제공격은 국제법상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에만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즉, 적의 공격 위협이 임박하고 이를 막을 다른 수단이 없을 경우 위협의 정도에 비례하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 임박성과 비례성의 원칙은 1837년 캐나다 독립군을 지원하던 미국 선박 캐럴라인호를 영국군이 나이아가라 강을 넘어 미국 영토에 침입하여 공격한 ‘캐럴라인호 사건’을 계기로 국제 관습법으로 확립되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출범한 유엔 체제는 원칙적으로 국가 간의 무력 사용을 금지하면서 두 가지 명시적 예외만 허용했다. 헌장 42조에 따라 안전보장이사회가 승인한 경우와 51조에 따라 자위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그런데 51조에 규정된 자위권은 무력 공격이 실제 발생한 경우 사후적으로만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기고 있어 예방적 자위권이 허용되는지에 대해 국제 법학계에서 제한론자와 반(反)제한론자가 대립한다. 제한론자들은 헌장 51조가 선제공격을 불법화하는 새 국제규범을 창설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데 반해 반제한론자들은 캐럴라인호 사건 이후 확립된 국제 관습법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으로 맞선다.

이러한 논란은 유엔 안보리가 실제 무력분쟁을 다루는 과정에서 자연히 정리됐다. 1981년 이스라엘의 이라크 오시라크 원자로 공습 사건에 대한 토의 과정에서 예방적 자위권을 부정한 이사국은 6개국에 불과하고 이스라엘을 비난한 국가들도 대부분 선제공격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점을 문제 삼았을 뿐 예방적 자위권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2001년 9·11테러 이후 선제공격의 핵심 요건으로 공격의 임박성보다 적의 능력과 목표를 더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됐다. 테러단체나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하는 불량국가의 경우 위협을 사전에 탐지하기 어렵고 때를 놓치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임박성의 기준을 완화하여 사실상 예방공격(prevention)도 용인되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렇듯 1945년 유엔 체제로는 새로운 형태의 위협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논란이 가열되자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유엔 개혁 방안을 건의할 현인그룹(High-level Panel on Threats, Challenges and Change)을 구성했다. 현인그룹은 2004년 12월 2일 유엔문서(A/59/565)로 배포된 보고서에서 예방적 자위권에 입각한 선제공격이 국제법상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요건으로서 임박성과 비례성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다만, 임박하지 않은 위협에 대한 예방공격은 안보리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정당화하는 데는 김정은의 언행이 결정적 기여를 하고 있다. 핵과 미사일 개발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지속적이고 고의적 위반, 핵무기의 소형화와 경량화에 성공했다는 공언, 핵무기 공격에 사용할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 고체연료를 사용한 이동식 미사일의 배치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개발에 따른 사전 탐지 능력의 제한 등도 선제공격의 명분 강화에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이 미사일 공격을 준비하는 정황이 없는 상황에서 선제타격에 나설 경우 임박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예방공격이라는 시비를 각오해야 한다. 또한 핵무기로 선제공격할 경우에는 비례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문제의 본질은 북핵 공격이 임박할 때 이를 선제적으로 제거할 군사적 능력과 의지에 있다. 북 동향을 실시간으로 밀착 감시할 정보정찰자산과 함께 핵 미사일 시설을 일거에 제거하는 데 충분한 미국의 첨단 정밀자산을 즉각 타격할 수 있는 거리에 전진 배치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공격 운운하는 것은 공허한 담론에 불과하다. 북핵 실험 때마다 미 전략폭격기들과 항모 전단이 벌이는 일회성 쇼에 김정은이 주눅 들 것이라는 착각을 버리고 유사시 북의 공격능력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정밀타격 수단을 한반도의 지상과 상공, 주변 해역에 배치하는 것이 급선무다.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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