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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천영우] 우리에게 원자력 잠수함이 필요한가

北 SLBM 발사 성공하자 원자력 잠수함 요구 분출  
장기잠항 가능하나 문제는 소음, 소형 디젤잠수함 공격에도 취약
209급 잠수함의 8배 예산 들여 덩치 큰 잠수함 만드는 것보다 軍지휘부 역량과 의지 중요하다
 

 

동아일보

입력 2016-09-08 03:00:00 수정  2016-09-08 11: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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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북한이 지난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수중 발사에 성공했다. 고체 연료를 사용한 이동식 미사일의 배치와 함께 핵미사일 전력의 생존성과 기습 능력이 무서운 속도로 진전됐음을 보여준 점에서 심상치 않은 도전이다. 한국은 응징 보복을 근간으로 한 억지 전략에서 북의 핵미사일 사용을 원천 봉쇄할 공세적 거부 전략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다층적 미사일 요격 체제에 안주할 게 아니라 핵미사일을 발사 전에 제거할 선제 타격 능력의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

그런데 북의 SLBM 시험 발사가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오기 무섭게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건조해 대항해야 한다는 주장이 분출하고 있다. 비싸고 큰 원자력 잠수함이 디젤 잠수함보다 잠수함을 잡는 데 유리한 것으로 착각하기 쉬우나 해군이 보유한 디젤 잠수함보다 효과적 수단은 없다. 공격용 잠수함을 용도에 맞게, 공세적으로 운용할 군 지휘부의 역량과 의지가 문제다.

원자력 잠수함은 농축우라늄 연료를 한번 장전하면 거의 무제한으로 쓸 수 있고 장기간 잠항이 가능하므로 대양을 건너 원거리 작전을 하거나 전략 핵무기를 싣고 장기간 심해에 숨어 있는 데 분명 유리하다. 하지만 큰 소음이 결정적 약점이다. 잠수하더라도 원자로를 정지할 수 없고 냉각시스템과 스팀터빈의 소음을 줄이기 어려운 데다 원자로 냉각 후 배출되는 온수는 물 위에 긴 흔적을 남긴다. 덩치가 클수록 많은 무기를 적재할 수 있는 대신 대잠초계기나 수상 함정의 소나에 탐지될 가능성도 크다. 얕은 수심에서는 기동하기 어렵고 소형 디젤 잠수함의 공격에 취약하다.

디젤 잠수함은 엔진을 끄고 배터리로 잠항하므로 소음이 없다. 크기가 작을수록 대잠초계기나 수상함이 탐지하기 어렵다. 이런 은밀성 때문에 수심이 얕은 연안에 매복해 있다 적 잠수함과 수상 함정을 공격하는 데는 최고의 수단이다. 다만 배터리 용량 때문에 잠항 시간이 제한되는 약점이 있는데 AIP(공기불요 추진장치)를 장착한 214급 잠수함(1800t)의 경우 재충전 없이도 2∼3주간 잠항이 가능하다. 잠망경과 환기 파이프만 수면 위로 내미는 스노클링으로 재충전하면 50일간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 1세대 209급 잠수함(1200t급)도 3일간 스노클링 없이 잠항할 수 있고 45일간 작전이 가능하다.

디젤 잠수함의 위력은 훈련을 통해 입증됐다. 캐나다 호주 등의 디젤 잠수함이 훈련 상황에서 미 항공모함과 원자력 잠수함을 가상 격침한 사례가 있다. 특히 2004년 림팩훈련에서 한국의 209급 잠수함이 미국의 존스테니스 항모와 이를 호위하는 이지스 구축함 및 순양함 각 2척을 포함한 30여 척의 함정을 가상 격침하고도 훈련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탐지되지 않은 것은 미 해군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실제 상황에서도 2006년 중국의 쑹(宋)급 디젤 잠수함이 미 항모 키티호크에 타격 거리까지 탐지되지 않고 접근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 18척의 버지니아급 원자력 잠수함 건조 예산 290억 달러로 AIP 장착 디젤 잠수함 30척을 건조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 잠수함을 잡으려면, 기지 이탈 순간부터 밀착 감시하는 한편 잠수함이 다니는 길목에 매복해 있어야 한다. 이런 임무 수행에는 작고 민첩한 209급 잠수함이 오히려 유리하다. 북한의 열악한 대잠수함전 능력으로는 엔진을 끄고 매복한 잠수함은 고사하고 3일에 한 번씩 야간에 스노클링하는 것도 탐지하기 어렵다. 탐지된다 해도 북한 함정 14척을 흔적도 없이 격침할 정도의 무장을 하고 있는데 도망갈 궁리부터 할 필요가 없다.

더 빨리 달아나기 위해 북 잠수함 기지 근처에도 못 갈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노출 위험이 걱정되면 스노클링 없이 장기간 잠항할 수 있는 214급 잠수함을 보내면 된다. 214급은 북한 기지 근처까지 1∼2일 만에 도달할 수 있다. 북한 연안의 얕은 수심에서 은밀히 기동해야 하는데 원자력 잠수함은 209급의 8배, 214급의 4배, 미사일 700기의 예산을 들여 건조할 만한 전략적 가치가 없다. 해군이 이미 발주한 1조 원짜리 3000t급 디젤 잠수함도 분에 넘치는 사치품이고 웰빙 정신이 빚은 예산 낭비의 전형적 사례다.

해군은 2004년 림팩훈련의 영웅을 찾아 잠수함 전략의 길을 묻고, 과대망상과 무책임한 안보 포퓰리즘을 과감하게 벗어나 방산비리로 얼룩진 이미지를 쇄신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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