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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천영우] 對北정보, 왜 번번이 빗나가나

동아일보

입력 2016-06-02 03:00:00 수정 2016-06-02 05: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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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지난달 36년 만에 개최한 북한의 7차 노동당 대회가 김정은에게는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권력 기반을 다지는 계기였는지 모르지만 우리 정부에는 대북 정보 능력의 혹독한 시험대가 됐다. 2월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진 이영길 전 인민군 총참모장이 군부를 통제하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화려하게 ‘생환’해 영전했다. 백두산발전소 토사붕괴 사고의 책임을 지고 협동농장으로 추방됐다던 최룡해는 권력의 2인자로 복귀했다. 당 대회를 앞두고 5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라던 예상도 빗나가고 말았다.

정보의 생명은 신뢰성인데 대북 정보의 신뢰가 허물어지는 것은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양질의 정보가 올바른 정책의 바탕이 된다. 차제에 정보 판단에 잦은 오류가 발생하는 원인을 짚어보자.

 

첫째, 북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 근본 문제가 있다. 북 체제의 폐쇄성과 은밀성 때문이다. 한미 양국의 감시정찰 자산으로 수집하는 신호정보와 영상정보로는 통수권자의 수요를 10분의 1도 충족할 수 없다. 3만 명 가까운 탈북자 중에도 가치 있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던 사람은 거의 없다. 평양에 장기간 대규모 상주 공관을 유지한 중국이나 러시아도 김정일 사망 사실을 북한이 발표하기 전에는 알 수가 없었다.

북의 장관급 간부도 알 수 없는 비밀을 외국 정부가 알아내기란 불가능하다. 사업차 북한을 왕래하는 기업인이나 북한 관리들과 개별적 접촉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외 ‘북한통’들이 자랑하는 정보도 북한이 의도적으로 외부 세계에 전달하려는 메시지이거나 개인적 이해관계에 맞게 선별 가공된 경우가 많다.

둘째, 고정관념과 기대심리 등 주관적 요소가 판단을 좌우하는 경향이다. 있는 그대로의 북한보다 보고 싶은 북한을 보려는 심리는 동일한 정보를 갖고도 상반된 결론에 도달하게 만든다. 자신의 인식을 뒷받침하는 정보에 후한 비중을 주고 이와 배치되는 정보는 무시 혹은 경시하는 데서 오류는 시작된다. 김정은 체제의 조기 종식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김정은의 언행과 북한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대부분 종말로 가는 증거로 보일 수 있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김정은 체제가 안정되는 징후로 해석될 수도 있다.

셋째, 정보기관이 정책과 정보 분석을 겸업하는 경우 구조적으로 신뢰성 있는 정보를 생산하기 어렵다. 제한된 대북 정보마저도 정책목표에 맞게 재단되거나 왜곡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통령이나 국가정보원장이 북한 체제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믿고 체제의 조기 종식을 목표로 삼고 있다면 이와 배치되는 보고서를 올릴 간 큰 분석관은 없다. 수요자 입맛에 맞는 보고서보다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보고서에 집착하는 고지식한 분석관은 연령정년이나 계급정년에 걸려 퇴직할 각오를 해야 한다. 선진국이 제도적으로 정보기관의 정책 관여를 금지한 것은 정보의 신뢰성,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적 장치다.

끝으로 언론과 국회의 질타와 추궁을 피하려는 조직 보호 본능이다. 정보기관이 스스로 존재 가치를 입증하는 데 집착하면 잘 모르는 것도 아는 척해야 할 경우가 있다. 공개하지 말아야 할 정보를 공개하는가 하면, 다른 분야의 실패를 만회하려고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있다. 따끈따끈한 첩보를 입수하면 관련 부처와 협의하기 전에 국회 정보위원회에 달려가 점수를 따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수 없게 된다.

군사정보를 담당하는 국방부의 경우 북한의 4차 핵실험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지 못하고 뒤통수를 맞았다는 비판을 아프게 받아들이다 보니 망신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안전한 베팅을 선택했다. 예고한 5차 핵실험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국방부가 비난받는 경우는 없지만 예고하지 않은 핵실험이 일어나면 온갖 조롱에 시달려야 하는 공포심이 합리적 판단을 방해한 것이다.

북한이 4차 핵실험으로 당 대회를 겨냥한 정치적 수요는 충족한 상황이므로 소형화, 경량화가 진전된 새로운 핵탄두의 설계와 제작이 완료되기 전에는 5차 핵실험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국방부가 모를 리는 없다. 통상 3년 정도 걸리던 기술적 준비 기간을 4개월로 단축한 근거가 없더라도 ‘핵실험 임박’ 쪽으로 일단 베팅하는 것이 안전하다.

아무리 많아도 모자라는 것이 정보다. 언론과 국회도 정보 실패를 추궁한다고 정보의 품질이 높아질 수는 없다. 오히려 설익은 정보의 성급한 공개를 질책해야 한다.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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