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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천영우] 독자 핵무장, 득보다 실이 압도적으로 크다

동아일보

입력 2016-03-03 03:00:00 수정 2016-03-03 11:25:17

 

 

김정은 정권이 곧 국가인 北엔 핵 억지이론 통하지 않아
첨단 유도무기인 벙커버스터… 족집게 타격에 핵보다 월등
NPT 탈퇴-핵 개발 나서면 원전연료 공급 중단돼… 전력 30% 감축 견딜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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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자위적 핵 무장론과 미국 전술핵무기의 재반입 주장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그 근저에는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는 데도 속수무책으로 중국과 미국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우리의 참담한 처지에 대한 좌절과 분노가 깔려 있다. 차제에 핵무장의 이해득실과 타당성을 냉정하게 따져보고 담론의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다.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핵무기를 개발할 정치·안보적 명분은 충분하다. 북한의 핵 개발과 공공연한 핵 위협은 NPT 제10조에 규정한 탈퇴 요건을 충족한다. 문제는 우리의 핵 무장이 북한을 억지하고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느냐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 도움이 되기는커녕 득(得)보다 실(失)이 압도적으로 크다. 

전술핵무기의 효용성은 수백 m 빗맞더라도 막강한 화력 덕분에 요새화된 군사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는 장점에 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와 화력과 정밀도가 획기적으로 향상된 재래식 정밀유도무기(PGM)가 등장하면서 종래 전술핵이 수행하던 역할을 대부분 대체할 수 있게 됐고 이에 따라 전술핵의 군사적 용도는 사실상 소멸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이 이란과의 핵 협상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개발한 벙커버스터(GBU-57)는 지하 요새를 파괴하는 데 전술핵무기보다 더 효과적이다. 동일한 군사적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PGM이 민간인 피해(collateral damage)를 최소화하는 외과수술 방식으로 사용되는 데 반해 전술핵은 엄청난 민간인 피해를 수반한다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북한 내에는 PGM으로는 파괴할 수 없고 반드시 전술핵으로 제거해야 할 군사 목표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민간인 피해를 줄이면서 북한 지도부와 군사 목표물만 족집게식으로 제거할 수단을 두고 굳이 핵무기를 사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 


핵무기의 효용은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원칙에 의해서도 결정적으로 제한된다. 문명 세계의 일원인 한국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북한의 핵 공격으로 수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후 응징 보복수단으로만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이에 반해 PGM은 북한의 핵 공격이 임박하면 자위권 차원에서 선제 타격하는 데 제약이 없어 더 실용적이다.

전술핵의 군사적 용도가 PGM보다 못하더라도 북한의 핵 공격을 억지하는 전략적 효과가 있다면 개발을 고려할 여지가 있다. 그런데 우리의 독자 핵 무장이나 미국의 전술핵이 김정은의 핵무기 사용을 막을 수 있다는 가설에 치명적 결함이 있다. 핵보유국 간에 일반적으로 작동되는 상호확증파괴(MAD)를 토대로 한 핵 억지이론이 북한에는 적용될 수 없는 이치를 간과하면 안 된다. 모든 정상적인 나라에서는 정치 체제나 정권의 운명보다 국가의 존속이 우선한다. 북한은 그 반대다. 국가 위에 김정은이 군림하고 ‘최고 존엄’과 수령 독재 체제를 사수하는 것이 국가와 군의 존재 이유다.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면 북한이 국가로 존속할 이유도 소멸한다. 체제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국가와 인민의 운명을 도박판에 내몰 수 있고, 핵무기 사용으로 체제의 종식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 집단에 핵 억지이론은 작동할 수 없다. 

 

김정은이 핵 방아쇠를 움켜잡을 상황이란 체제의 존망이 걸린 위기의 벼랑 끝에서 생존을 위한 다른 모든 카드가 소진되고 외부의 개입을 막거나 운명을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핵 공격뿐이라고 믿는 순간일 것이다. 한미 연합군이 응징 보복수단으로 핵무기를 선택하든 PGM을 선택하든 김정은과 북한 체제가 맞게 될 운명에는 차이가 없고 민간인 피해 규모에서만 엄청난 차이가 날 뿐이다. 김정은이 핵 보복에 따른 북한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핵 공격 대신 권력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다면 우리의 핵무장은 북한의 핵 공격을 막는 데 소용이 없다. 

끝으로 핵무장의 경제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NPT 탈퇴를 선언하는 순간 한국에 대한 원전 연료와 핵심 부품 공급은 국제적으로 금지된다. 우리가 원전 연료를 자급할 수준의 대규모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하거나 원전을 대체할 화력발전을 확충할 때까지 전력소비의 3분의 1을 감축하는 것이 가능할까? 지금은 핵무장에 대한 미련을 접고 대북 억지가 실패할 상황에 대비해 북한의 핵무기와 운반 수단을 무력화시킬 현실적이고 실속 있는 방책에 집중해야 할 때다.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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