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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미래포럼


[시론] `북한은 국가가 아니다'와 남북 합의 사이의 딜레마

 

남북 합의의 법적 성격 애매
합의 이행에 재정 부담 생겨
현행 헌법 규범과 현실에 괴리
남북관계발전법 사례 참고해야

 

중앙일보

입력 2018-11-01 00:26

 

 

 

 

김천식 우석대 초빙교수·전 통일부 차관

 

 

9·19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합의서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최근 발효했다. 청와대는 “북한은 우리 법률 체계에서 국가가 아니다. 북한과 맺은 합의·약속도 조약이 아니다”라며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 없다는 논리를 폈다. 이를 둘러싸고 여러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필자가 법안 기초 작업에 참여했던 남북관계발전법 차원에서 접근해보고자 한다.
 
냉전시대 남북대화는 무엇을 합의해도 현실적으로 이행되는 일이 드물었다. 그 때문에 남북 합의서의 발효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북한 간의 합의가 실제로 집행되는 상황이 되자 합의서의 법적 성격에 관한 문제가 제기됐다. 남북 합의는 집행 과정에서 국가안보나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영향을 끼치고, 재정적 부담이 따른다.
 
이러한 정부의 행위는 헌정 질서에 따라 반드시 법적 근거를 가져야 하며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남북 합의의 법적 성격에 대해 현행 헌법은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다. 헌법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고, 그러한 논리적 귀결로 남북 간 실효성을 갖는 합의서 체결을 상정하지 않았다.
 
헌법에 남북 합의서를 뒷받침할 규정이 없는데도 현실적으로 남북은 중대한 합의들을 채택했다. 헌법 규범과 현실의 괴리를 해결하는 방안은 조약과 같이 헌법에 남북 합의서 관련 규정을 두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은 현행 헌법 아래에서 괴리를 해소하는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 방안으로는 첫째, 과거에 그래왔듯이 통일 문제와 남북 관계 사항을 통치행위의 대상으로 보고 대통령이 재량으로 처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통치행위로 묶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다고 보았다.  더구나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영향을 주고 재정을 투입할 경우도 계속 생기는데 이를 통치행위로 계속 밀어붙이는 것도 불가능하다. 

 

둘째, 남북 합의서 이행을 위한 별도의 입법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현행 헌법 체계 안에서는 가장 타당한 방법이지만 입법 과정에서 남북 관계가 과도하게 정치화할 가능성이 있다. 남북 관계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셋째, 남북 합의서를 조약으로 보고 헌법이 규정한 조약 발효 절차를 밟는 것이다. 가장 간편하고 민주적 통제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다만 현행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다. 조약은 통상 외국 및 국제기구와 체결한다. 헌법상 북한은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조약 체결 대상이 될 수 없고, 남북 합의서는 헌법이 정하는 조약이 아니다.
 
이러한 헌법의 미비점을 법률로 보완하고자 했던 것이 남북관계발전법이다. 이 법률은 남북 합의서의 발효에 조약 발효 절차를 차용함으로써 중요한 남북 합의서에 조약과 유사한 법적 효력을 부여하도록  의제하고자 했다. 재정적 부담을 지우거나 법률적 성격을 갖는 남북 합의서에 대해 국회 동의를 받아 발효하도록 한 것은 그런 의미다. 남북관계발전법 제21조에 따르면 남북 합의서의 체결·비준 권한은 대통령이 갖고,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 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 합의서의 체결·비준에 대해서는 국회가 동의권을 갖는다. 법안 기초 당시 이러한 절차라도 마련하는 것이 남북관계 사무를 민주적 통제 하에 진행하고 헌법 정신에 더 부합할 것이라고 봤다.
 
남북관계 사무에 관한 헌법적 미비와 법률적 결함은 법적 해석으로 보충해야 할 것이다. 이때에는 항상 헌법 규정과 그 취지를 먼저 고려하는 것이 맞다. 어떠한 합의가 국회 동의의 대상인지에 대해 시시비비가 있다면 그것도 당연히 헌법이 규정한 사항을 참고하면 된다.
 
헌법 제60조는 국회 동의 대상이 되는 조약의 범주를 여덟 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국회 동의 대상이 되는 남북 합의서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또한 국회 동의를 받는다는 것은 법률 행위로서 그러한 남북 합의서는 법률·조약과 유사한 중요성과 구체성을 갖고 형식을 갖춰야 할 것이다. 남북 정상 간에 체결된 4·27 판문점 선언이나 9·19 평양공동선언은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할 그런 합의라고 볼 수 없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남북관계의 방향을 제시한 ‘정치적 선언’이다.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합의를 국회 동의를 거쳐 발효시키는 것은 과잉 위임의 소지가 있다. 이것은 대통령이 발표한 순간 이미 정치적으로 발효됐다고 봐야 한다. 과거 남북 정상회담도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남북 정상의 선언에 따라 진행되는 후속 협의에서 재정적 부담 등 헌법과 법률의 취지를 봐서 국회동의가 필요한 구체적 합의가 나오면 국회동의를 받아 발효하는 것이 타당하다.

 

김천식 우석대 초빙교수·전 통일부 차관

한반도미래포럼 이사

 


원문보기:

https://news.joins.com/article/23084322#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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