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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 ‘가짜 비핵화’에 대한 집단 착시

 

美선 對北 협상 낙관론 사라져
완전한 核폐기 北진정성 불신
CVID 관철-타협 방법론 차이

김정은 답방, 2차 미·북 회담
교황 訪北 같은 행사 이어져도

핵무기 못 없애면 눈가림일 뿐 

 

문화일보

입력 2018-10-30

 

 

 

 

조태용 전 외교부 차관

 

 

최근 워싱턴에서 오랫동안 북핵 문제를 다뤄온 미국 전문가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북핵 협상의 전망을 낙관하는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부터 한 것이 역시 실책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회담 이후에는 고압적인 자세로 비핵화 로드맵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오직 트럼프 대통령하고만 거래하겠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 등 다른 미국 관리들에겐 무시와 냉대로 일관한다. 철저한 사전 협상 없이 정상회담에 나서고 연합훈련까지 중단하고 나니 북한으로선 급할 게 없게 됐다면서, 이런 흐름을 바꾸려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공조를 복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많았다.

가까운 장래에 완전한 북핵 폐기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얻을 수 있는 것을 먼저 얻자는 타협론도 일부 나왔다.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에 더해 부분적인 핵 동결과 핵확산을 않겠다는 약속을 얻어내자는 정도가 가능할 것이다. 북핵 폐기를 시한 없는 목표로 합의해 최소한의 체면치레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말은 어떻게 하든 북한의 핵 보유를 당분간 인정하자는 것이다. 대신 ICBM 발사 중단으로 미국 본토를 겨냥한 위협을 억제할 수 있고 핵확산을 막으면 미국을 적대하는 테러 분자의 손에 핵무기가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이런 식의 거래는 미국에 대한 위협은 어느 정도 해소할진 몰라도 북한의 중·단거리 핵미사일 사정권에 있는 한국과 일본의 안보 위협 해소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미국의 모든 전문가가 이렇게 주장하는 건 아니다. 섣부른 타협을 하기보다 제대로 된 비핵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끝까지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많았다. 북핵 문제를 느슨하게 다룬다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상처를 주고, 핵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다른 나라들에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동맹국의 이익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다른 동맹국들에 불신을 심어줘 결국 미국의 이익에도 반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여기서 분명히 해둘 것은, 대북 타협론자들이든 CVID 주장론자들이든 북핵의 완전한 폐기에 못 미치는 ‘가짜 비핵화’를 진짜라고 억지 부리진 않는다는 점이다. 단지, 가능한 것만이라도 취하는 게 좋은지 아닌지 의견이 갈려 있을 뿐이다. 이들은 제재와 압박이 북한을 이만큼이라도 끌고 왔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성급한 제재 완화는 타협론자들도 찬동하지 않는다. 올 들어 미 재무부가 발표한 대북 제재 조치가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고, 조치 10회 중 7회가 외려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 몰려 있는 건 이런 까닭이다. 또, 이들은 대북 억지력을 굳게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평화협정이나 종전선언은 극히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북한이 이미 비핵화 결단을 내렸으니 이젠 각론의 문제라거나,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와 같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일주일 뒤면 미국 중간선거가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북핵 협상은 계속될 것이고 내년 초 미·북 정상회담 2라운드가 열릴지 모른다. 또한, 김정은의 서울 방문과 교황의 방북이 실현되면 화려한 사진과 영상들이 우리 눈을 덮어버릴지 모른다. 그렇지만 현시점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국익의 관점에서 북핵 협상이 제대로 되도록 지켜내는 일이다. 그리고 이는 오로지 우리에 대한 위협 감소가 기준이다. 그렇잖은 것은 우리 입장에선 모두 가짜 비핵화일 뿐이다. 이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면 미국에도 정색을 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가짜 비핵화에 홀려 제재를 완화하거나 방위 태세를 흔들 때가 아니다. 

 

북한은 그동안 수없이 비핵화를 입에 담았다. 한반도 비핵화가 ‘수령님의 유훈’이라며 산 사람의 약속은 나중에 바꿀 수도 있지만, 유훈은 고인과의 약속이므로 되돌릴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던 북한이 올해 김정은 신년사에서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성취’했으며, 이제야 ‘장군님과 위대한 수령님의 염원을 풀어드렸다’고 했다. 이런데도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핵무기 포기라는 뜻이니 걱정할 것 없다고 한다면 눈 가리고 귀 막은 것과 무엇이 다른가. 

 

 

조태용 전 외교부 차관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103001073411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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