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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칼럼] 남북군사합의서가 평화에 害惡이 되는 이유

 

美, 北핵미사일 시설 정찰뿐 전방 북한군 동향탐지는 우리 할일
정찰 제약 둔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사실상 검증 포기와 다를 바 없다
서해평화수역 발상 자체가 문제… 김정은 선의만 믿고 재앙 자초하나

 

동아일보

입력 2018-10-11 03:00 수정 2018-10-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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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은 시각적 효과만으로도 한반도에 전쟁 위협이 사라지고 평화의 새 시대가 도래했다는 착각과 환상을 일으킬 만한 이벤트였다. 그러나 합의문의 화려한 미사여구에 가려진 실체를 들여다보면 오히려 평화를 위태롭게 할 치명적 결함이 숨어 있다.

 

특히 평양공동선언의 부속서로 채택된 남북군사합의서에 문제가 많지만 가장 위험한 독소조항은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조항이다. 군사적 합의의 생명은 검증의 범위와 실효성에 있다. 아무리 훌륭한 합의라도 상대방이 합의를 준수하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신뢰하더라도 검증하라(Trust but verify)”는 금과옥조가 모든 군비통제협정의 전제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검증을 통한 군사활동의 투명성 확보가 신뢰 구축의 근간이며 기습공격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데 필수불가결하다. 미소(美蘇) 간 불신과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냉전시기에 체결된 전략무기제한협정(SALT),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중거리핵전력제한협정(INF)이 성공한 비결도 상호 사찰을 보장한 검증체제에 있다.  

검증의 핵심 수단은 위성, 항공기, 기구(氣球) 등 감시 정찰(ISR·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 자산이다. 미국이 북한 내부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감시하고 있는 것 같지만 하루 몇 차례 한반도 상공을 지나가는 군사위성과 북한 영공 밖에서 내려다보는 고고도 정찰기로 핵미사일 시설 등에 대한 전략 정찰을 하고 있을 뿐이다. 수도권 2000만 국민의 안위가 걸린 전방지역 북한군의 동향 탐지는 우리 군의 몫이다. 그런데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북한이 합의를 이행하는지를 확인할 감시 정찰 능력을 대폭 제약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검증 포기 합의와 다를 바 없다.

그간 군이 금강·백두 정찰기와 군단급 무인기(UAV)를 도입하는 등 ISR 자산을 꾸준히 확충하여 왔으나 아직도 취약하기 짝이 없고 집중적 투자가 시급하다. 대대급 무인정찰기뿐 아니라 이를 보완할 감시용 기구까지 조밀하게 배치하여 산악지역의 후사면에 건설된 모든 장사정포 진지까지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어야 불의의 도발을 확실히 막아낼 수 있다. 또한 비무장지대의 감시초소(GP) 철수로 발생할 감시 공백을 메우는 데도 소형 무인정찰기와 기구(풍선)의 군사분계선 근접 운용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사합의서는 UAV뿐 아니라 풍선에 대해서조차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함으로써 감시 정찰 사각지대를 확대해주고 북한이 기습도발을 준비하더라도 제때에 동향을 파악할 수단을 봉쇄하고 있다. 북한의 기습공격이 용이해지는 만큼 우리의 대북 억지력은 약화되고 남북 간의 군사적 불안정성과 상호불신은 커지는 법이다.

 

군사합의서의 목적이 적대행위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에 있다면 비행금지구역 대신 상호사찰제도를 도입하여 무인기와 기구를 이용한 상대방 군사기지에 대한 정찰의 자유를 보장하고 현장사찰을 허용해야 한다. 또한 대규모 군사훈련의 사전통보와 상호 참관도 검토해야 한다.

 

서해평화수역 설정도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 우리에게 서해5도의 전략적 가치는 백령도와 연평도에 주둔한 여단 규모의 해병대 병력이 그 10배가 넘는 북한의 군단 병력을 황해도 연안에 묶어 둠으로써 수도권에 집중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분산시키는 데 있다. 해군과 해병대가 훈련에 제약을 받아 전투력과 태세가 약화되는 만큼 수도권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키우는 이치를 간과한 어리석은 합의다.

평화수역에서의 공동어로 구상도 북한 해군의 부업선과 남한의 민간어선 간 치열한 조업경쟁이 우발적 충돌의 위험성을 더 높일 개연성을 과소평가한 데 문제가 있다. 충돌을 막을 최선의 방안은 육상의 비무장지대와 마찬가지로 해상에서도 남북 선박을 멀리 격리시키는 데 있다. 공동어로 대신 어로금지구역을 설정하여 충돌의 근원을 제거하는 한편 어족자원을 보호하고 중국어선의 불법조업도 근절하는 것이 더 현실적 해법이다. 

 

안보전략은 북한의 선의보다 능력을 기반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능력은 측정도 가능하고 지속성이 있지만 의도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을 뿐 아니라 확실히 알 수도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선의만 믿고 검증을 포기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에 재앙을 자초하는 길이다.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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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81011/923435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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