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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천영우]북한 지뢰도발 대응에 문제없었나

동아일보

입력 2015-08-28 03:00:00 수정 2015-08-28 03:00:00

 

“확성기 저지 위해 무력도 불사”… 애초부터 신빙성 없던 北 협박
48시간 최후 통첩 보낸 순간 北에 남은 선택은 협상 구걸뿐
수법 비열하지만 이 정도 도발에 대통령 나서 위기상황 몰아가고
비장의 무기 심리전을 써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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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4일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촉발된 남북 간 정면충돌의 위기가 우여곡절 끝에 출구를 찾았다. 북한은 자신들의 소행은 아니지만 남측 병사들이 지뢰 ‘폭발’로 부상당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할 수는 있다는 기발한 꼼수로 도발에 대한 면죄부를 받아내고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목표를 달성했다. 5년 전 천안함 폭침 사태의 해법(자신들과는 무관한 천안함의 ‘침몰’로 많은 남측 장병이 목숨을 잃은 데 대해 제3자 입장에서 유감 표시)으로 시도했다가 실패한 수법이 용케도 이번에는 통한 것이다.

북한이 교묘한 언어유희로 당장 발등의 불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잃은 것도 많다. 핵무기의 위력만 믿고 공갈과 협박에 의존해온 벼랑 끝 전술의 한계를 만천하에 노출하고 북한 체제의 치명적 급소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것이다. 최악의 상황은 가까스로 피했으나 그 과정에서 우리의 대응과 위기관리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짚어보고 앞으로의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먼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데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원칙과 목표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응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유엔헌장 51조에 규정된 자위권이고 자위권 행사에서 가장 중시되는 것은 ‘비례성의 원칙’이다. 응징을 통해 달성할 안보적 목적은 확전을 피하면서 다시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억지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즉, 자위권의 범위 내에서 억지력 회복에 충분한 응징을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대응이다. 도발 원점 타격에 집착하는 것은 원점을 찾기 전에 도발세력이 현장에서 벗어나면 응징을 면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도발 억지보다는 장려의 효과가 더 크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의 목함지뢰 수법이 워낙 비열해 온 국민이 격앙하고도 남을 만한 도발임은 분명하나 대통령까지 나서 일촉즉발 위기상황으로 갈 만큼 엄중한 도발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북한 소행 중에서는 저강도 도발에 속하는 셈이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 서슴지 않은 북의 평소 행태에 비추어 그 정도 도발은 기회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비하고 있었어야 했다. 우리 안보에 몇만 배 더 위험한 핵무기나 장거리미사일 시험 때 보여준 반응과도 대조적이다.

대응 방식에서도 포격과 같은 공공연한 도발에 대해서는 더 강력한 포격으로 즉각 보복하면 되지만 은밀하게 허를 찌르는 경우에도 공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과연 최선의 방법일까? 북한의 소행을 입증할 물증이 아무리 많아도 북한이 발뺌할 여지가 있다면 앞으로도 책임 인정을 전제로 한 사과를 받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유형의 도발에 대해서는 유사한 방법으로 응징하는 것이 억지력 회복과 상황 관리에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일단 공개적으로 북한을 윽박지르는 순간부터 정부는 상황에 대한 통제력과 퇴로를 상실하고 냉철한 국익보다는 들끓는 여론의 인질로 전락할 위험을 자초한다.

대응 내용과 수위가 적절했는지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무력충돌은 대개 오판과 오기(傲氣)에서 나온다. 확성기 방송을 포함한 군의 대북 심리전은 언젠가 재개해야 할 해묵은 숙제지만 언제 어떤 명분으로 단행할 것인지는 종합적 대북(對北) 전략의 차원에서 신중하게 결정할 일이다.

북한 지도부에게 인민군은 체제 유지의 마지막 보루이고 총대로 최고 존엄을 사수할 충복이다. 김정은에 대한 장병들의 불타는 충성심과 김일성교(敎)에 대한 철통같은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이 북한 체제 최후의 날이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확성기 방송과 심리전은 인민군의 정신적 무장 해제를 노린 비대칭적 수단이고 북한 체제와 최고 존엄을 겨눈 비수다. 우리가 북한 핵무기를 두려워하는 것보다 북한이 대북 심리전을 더 무서워하는 이유다. 지휘관이 과잉충성에서 저지른 ‘장난’에 대해 남한은 북한 체제의 급소를 찔렀다고 간주할 것이다. 이런 카드는 함부로 꺼내기엔 너무 무겁고 위험하다.

북한이 확성기 방송을 저지하기 위해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고 한 협박은 애초부터 신빙성이 없었고 48시간 통첩을 보낸 순간부터 북한에 남은 선택은 협상을 구걸해오는 것밖에 없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체제 위협을 막아내 우선 살아남겠다는 것이지 ‘공화국’의 운명을 걸고 무력으로 공격해올 능력과 의지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오판에 대비한 치밀한 전략 없이 저강도 도발에 심리전 같은 비장의 무기로 대응하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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