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 인사이드칼럼] 지구 열병 퇴치와 패러다임 전환 - 신각수 한반도미래포럼 이사

by 연구위원 posted Feb 0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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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칼럼] 지구 열병 퇴치와 패러다임 전환

 

 

매일경제

입력 2019-01-02 00:06:01 수정 2019-01-02 17:26:31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

한반도미래포럼 이사

 

 

지난해 12월 초 제24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가 2주간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렸다. 2020년 파리협약 시행에 필요한 이행규칙(rule book)을 마련해야 하는 이번 총회는 2015년 협약 채택 이래 가장 중요한 회의였다. 파리협약은 기본 틀만 규정했으므로 감축, 시장, 적응, 재원, 기술 개발·이전, 투명성, 이행 점검 등에 관한 이행규칙을 정해야 규범으로 작동하게 된다.

파리협약은 선진국만 감축 의무 대상이었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196개국이 참여한 범세계적 합의다. 세계 배출량 14%만을 대상으로 강제적 하향식 규제를 한 교토의정서와 달리 파리협약은 세계 배출량 97%를 대상으로 자발적 감축 약속과 검증을 통한 느슨한 상향식 규제를 택했다.

 

이번 총회에서 규칙 제정 관련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의견 대립이 우려됐으나, 모든 국가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단일 기준을 만들되 개도국에 능력에 따른 탄력성을 부여하는 절충으로 해결했다. 이번에 합의하지 못한 일부 사항을 내년 COP25까지 타결하게 되면 2020년 협약 운영을 위한 여건이 마련된다. COP24가 이행규칙의 대부분에 합의하고, 미국·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반대에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1.5도 특별보고서 활용을 총회 결정에 포함시킨 것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주의를 살리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최근 프랑스에서 유류세를 올리면서 발생한 `노란조끼 시위`와 같이 기후변화 대응 조치가 취약계층·국가에 타격을 주는 `기후변화 정의(climate justice)` 문제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공정한 전환에 관한 정상 선언` 채택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지구온난화 피해는 이상 기후, 재해 증가, 해수면 상승, 빙하 소멸, 극지 용융, 생물 멸종 등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스위스리 보험회사 보고서에 따르면 재해보험액이 2016년 1800억달러에서 2017년 3370억달러로 2배 증가했다. 작년 말 IPCC의 1.5도 특별보고서, 미국 정부 보고서, 글로벌 카본 프로젝트(Global Carbon Project) 보고서가 연이어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대응상의 문제점을 국제사회에 환기시켰다. 특히 2014~2016년 동안 정체 상태였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7년 1.6%, 2018년 2.7% 증가세로 돌아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개회연설에서 지구가 긴급 상황으로 이미 곤란에 빠졌다고 발언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미국이 탈퇴 의사와 함께 국내 배출규제 조치를 폐기함으로써 파리협약 체제를 위협하고 최근 브라질도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는 것도 우려된다.

한편 긍정적 소식도 있다. 재생에너지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셰일 석유·가스 개발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석탄을 대체할 수 있으며 교통수단의 전기화로 감축의 여지가 커졌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도시, 기업, NGO 등 다양한 주체들이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세계기후행동계획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연계하고 있으며, 파리협약 탈퇴를 밝힌 미국에서도 2017년 `위 아 스틸 인(We Are Still In)`이 결성돼 기후변화 행동을 주도하고 있다. 결국 기후변화 대처의 요체는 주요국의 지도력,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 및 탈탄소화를 촉진하는 기술혁신에 있다.

탈탄소화는 세계적 추세다. 세계 7대 배출국인 한국은 각 분야에서 기후변화를 사회의 주요 패러다임으로 수용해야 한다. G20 금융안정위원회가 기후 관련 재무정보공개작업반(TCFD)을 설립하고, 다수의 투자기관·펀드가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는 기업에서 투자를 빼고 있다. 지난달 영국 중앙은행 총재가 기후변화 대응 요소를 은행들의 스트레스 평가에 포함시킬 것을 제안하고 일본 미쓰비시은행이 석탄산업에 대한 투자를 접는 결정을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도 기후변화 요소를 경영 상수로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이 에너지정책과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우리 사정에 맞는 에너지 믹스로 석탄 의존을 과감히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추구하되 원자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스마트그리드, 스마트 소형 원자로 개발, 전기차·수소차 지원 등 기술혁신과 함께 4차 산업을 통한 에너지 효율적·환경친화적 산업 전환도 모색해야 한다. 중견국가이자 무역·자원·에너지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의 미래는 기후변화 대응을 고려한 패러다임 전환의 성공에 달려 있다.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 

한반도미래포럼 이사 / 전 주일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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