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좌담/문화일보] “北 제재, 이란의 10분의 1도 안돼… 이 정도론 꿈쩍도 안해” -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by 연구위원 posted Jan 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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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核 긴급좌담>

“北 제재, 이란의 10분의 1도 안돼… 이 정도론 꿈쩍도 안해”

 

“北, 核포기 안하면 체제종식 앞당기는것 외엔 대안없어”

 

이제교기자 jklee@munhwa.com

 

 

천영우(가운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과 김흥규(오른쪽)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겸 정외과 교수,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20일 문화일보 7층 회의실에서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동북아 정세에 대한 좌담회를 열고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집중 논의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한반도 안보 지형이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요동치고 있다. 지금처럼 문제를 방치할 경우 북핵 고도화로 수년 내 한국은 북한의 ‘핵 볼모’ ‘핵 인질’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평양에서는 김정은 정권의 수소탄 실험 자축과 축포 소리가 연일 울려 퍼지며 핵무기 보유국 기정사실화 카드로 국제사회와 전면 대결을 불사할 태세다. 일각에서 ‘3차 북핵 위기’로 명명할 만큼 위기감이 커지면서 국내에서도 핵시설 선제타격론인 ‘서지컬 스트라이크(surgical strike)’ 주장부터 중국 레버리지 강화론,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핵심으로 한 이란식 경제봉쇄론, 김정은 정권 레짐 체인지 불가피론까지 백가쟁명식 해법이 제기되고 있다. 문화일보는 20일 급변하는 한반도 안보상황을 점검하고 북핵 문제의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북핵 위기, 비상구를 찾는다’는 주제로 전문가를 초빙해 좌담회를 열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겸 정외과 교수,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참여했다.

■ 참석자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前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겸 정외과 교수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사회 = 이제교 정치부 차장



박철희 = △서울대 정치학과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 박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겸 일본연구소장 △외교부 자체 평가위원 및 통일부 정책자문 △한일포럼 대표간사

천영우 = △부산대 불어과 △외무고시(11회) △유엔대표부 차석대사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주영국 대사 △외교통상부 제2차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김흥규 = △서울대 외교학과 △미국 미시간대 정치학 박사 △국립외교원 교수 △국방부·통일부 정책자문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 △청와대 국가안보실·외교부·국회 미래전략위원회 정책자문



―일부에서는 북한의 핵시설을 선제타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흥규 소장= 북한의 ‘1·6 4차 핵실험’으로 위기의식이 커졌다. 먼저 기존 원자폭탄보다 훨씬 파괴력이 강한 증폭핵분열탄 또는 수소폭탄 실험으로 북한의 핵무기 다종화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불안감이 짙게 드리운 결과다. 북핵 위기를 빠르고 쉽게 마치 선제타격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써서라도 벗어나고 싶은 조급증이 반영돼 있다. 하지만 북핵시설 선제타격은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도 아니고, 해서도 안 되는 방법이다. 전쟁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고, 북핵시설과 핵무기를 모두 파괴하지 못해 역으로 핵 공격을 받을 경우 우리가 과연 감당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천영우 이사장= 위기의식보다 좌절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할 때까지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손도 쓰지 못한 상황에 대한 좌절감이 선제타격론으로 나타나고 있다. 속수무책인 북핵 문제에 대한 반응인 셈이다. 북한의 핵무기 사용 위협 자체는 국제법적으로 우리가 선제적 자위권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외교적 수단으로 지금까지 해결이 안 됐기 때문에 유엔헌장 51조가 규정한 자위권의 일환으로서 선제타격을 하고 외과수술식 폭격을 하는 것도 성립된다. 선제타격은 국제적 합의가 요구된다기보다는 한국과 미국 간에 합의가 필요하다. 한국 혼자서는 할 수 없다. 그런데 미국이 그 같은 정도의 결기를 갖고 있는지 과연 의심스럽다. 그 정도의 결기만 있어도 외교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북한의 핵무기 사용이 임박했다고 판단되면 선제타격에 나서야 한다. 또 2020년대 중반에 킬체인이 완성되지만 북핵 무기와 운반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첨단 정밀 타격 자산을 우리도 하루빨리 갖춰야 한다.

△박철희 교수= 선제타격은 감정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현실적 방법은 아니다. 선제타격의 실행을 위해서는 우선 외과수술식 폭격 능력과는 별개로 국제적 합의를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 북한이 핵시설을 파괴당하고 분명히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국지적이 아니라 상당한 규모의 대응 도발에 나설 텐데 그것을 감수할 역량이 우리에게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장사정포를 쏘면 수천, 수만 명의 희생이 예상되고 한반도는 준전시, 전시 상태에 휩싸인다.

―서울과 미국 싱크탱크에서는 북한은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퍼져 있다.

△박 교수= 북한은 핵무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겠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외교가 필요 없게 된다. 북한은 핵 개발이 체제를 보장받기 위한 자위권 차원이라고 주장한다. 내가 보기에는 외부에 체제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시간을 벌고, 내부적으로 체제를 유지하려는 의도다.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와 평화체제 주장은 자신의 체제 보장에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닌 만큼 변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핵 개발이 체제보장의 수단이 아닌 궤멸수단이라고 북한이 판단하면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다고 본다.

△천 이사장= 북한이 핵무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 북한이 망하는 것이 나은지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 나은지를 선택하는 순간을 생각해 보자. 정권 포기와 핵 포기 중 북한의 선택은 핵 포기가 될 것이다. 물론 지금 북한의 전략적 계산에서는 핵 포기 상황은 없다. 북한의 전략적 계산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우리가 정치적, 외교적 의지와 노력을 발휘해야 한다. 미국이 이란에 대해 핵농축 시설을 포기하게 만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에 핵무기는 체제 생존의 최후 보루이자 구원의 원천이다. 김일성교의 성배다. 쉽게 말해 체제를 생존시켜주는 보험인데, 지금은 그 보험료가 워낙 싸기 때문에 김정은은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 보험료를 대폭 올려서 보험료를 내느라 망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 숫자를 늘려 한국을 공격할 가능성은 없는가.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는 ‘핵 배낭’ 부대도 등장했는데.

△김 소장= 북한은 장거리미사일 개발에 가까이 갔고, 중국도 거의 성공했다고 보고 있다. 핵탄두 소형화와 경량화도 성공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이 특별한 방법을 취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들면 움직일 것이다. 바로 ‘게임 체인저’ 상황이다. 단순한 한·미 동맹 혹은 미국의 핵 억지 전략을 기초로 문제를 풀어 나갈 경우 한국은 상당히 곤혹스럽고 치명적인 안보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천 이사장= 북한의 핵무기가 2개인지, 100개인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원자폭탄이나 증폭핵분열탄, 수소폭탄 여부도 중요하지 않다. 미사일에 장착된 핵무기 하나만 있어도 중대위기다. 핵 배낭에 담든 미사일에 장착하든 같은 문제다. 지금 북한이 핵무기를 청진항에서 실어 중국을 거쳐 부산항으로 들여와도 전혀 알 방법이 없다.

―미국은 지금까지 전략적 인내 정책을 취했는데, 북핵 폐기와 비핵화를 목표로 하지만 핵확산 방지와 북한 핵 봉쇄라는 느낌도 든다.

△박 교수= 미국은 지금까지 북핵 문제를 최우선 정책에 놓지 않았다. 중동 분쟁과 이란 핵문제, 그리고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이 정책 우선순위다. 사실 미국은 북한이 신뢰할 수 있는 카운터파트도 아니고, 특별한 대북 제재수단도 갖고 있지 않다. 전략적 인내는 사실상 ‘너희가 핵개발 프로그램을 회개하고 나오면 상대해주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나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전략적 인내라기보다는 ‘비전략적 무시’라고 생각한다. 커다란 틀에서 전략이 있어야 인내를 하는데, 미국은 전혀 그런 부분이 없었다. 외부적으로 제재를 가하면 북한 체제가 힘들어지거나, 체제 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태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미국은 생각하는 것 같은데 양쪽 모두 실효성이 없다. 이제 미국만 바라보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

△천 이사장= 핵확산 방지 자체가 미국의 정책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한 핵확산 방지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다. 결국 현실적으로 비핵화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를 위해 노력은 계속 하지만, 핵확산 방지는 의지가 있다고 해도 비핵화의 대안은 될 수 없다.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미국 정부의 책임 있는 당국자라면 ‘비핵화는 불가능하니 핵확산 방지’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박근혜정부는 유엔 안보리 차원의 포괄적이고 강력한 추가 제재를 마련하고 있는데 효과적일 것으로 보는가.

△김 소장= 안보리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겠지만 사실 북한이 아픈 것은 중국의 단독 제재다. 예를 들어 중국이 북한국적 선박의 입항을 통제하고, 중국에서 운용되는 북한 자금줄을 차단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중국은 공개적으로는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3차 핵실험 이후 실질적으로 압박을 했고, 4차 핵실험 이후인 현재 여러 옵션을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을 통해 김정은 정권의 생명줄에 납덩어리를 계속 얹어나가면서 제재를 반복적으로 조였다 푸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지금 박근혜정부는 중국을 견인할 외교적 역량과 의지가 과연 있는가 하는 시험대에 서 있다.

△천 이사장=유엔 안보리 제재는 중국이 정하는 제재다. 미국이 제안하고 중국이 결재하는 구조다. 사실상 중국이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안보리 추가 제재가 나온다고 해도 기존 제재의 품목을 늘리는 것 이상은 없다고 본다. 제재 품목이 아무리 늘어나 봐야 북한은 다른 이름으로 바꿔 유지시킨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지금까지 안보리 제재는 북한을 안심시키는 역할을 했다. 북한은 ‘국제사회는 이 정도밖에 못한다. 결국 우리가 4차 핵실험을 잘했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의도를 박탈했던 것이 유엔 안보리가 해왔던 일이다.

△박 교수=북한은 제재로 어려움에 처해야 대화 테이블로 나온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제재는 최소공배수다. 미국은 최대공약수를 찾아서 밀어붙여야 한다. 미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중국도 움직이지 않는다. 일본 역시 뒤따라가지 않는다. 당사자가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데, 누가 위기감을 느끼겠나. 한국이 주도적으로 움직여 미국의 관심을 환기시켜야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결국 한국이 미국을 설득하고, 미국이 중국을 움직이고, 다시 중국이 움직여야 북핵 해법이 찾아진다는 논리인데.

△천 이사장=미국은 이란식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취해야 한다. 연간 일정액 이상을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중국 기업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 중국은 절대 자발적으로는 대북제재에 나서지 않는다. 미국은 과거 이란 기업과 거래를 하는 한국과 일본 같은 동맹국 기업들을 대상으로도 무조건 제재에 나섰다. 미국은 핵 개발과 관계없는 해운·건설·정유 등 이란 정부에 돈이 되는 모든 것을 잡아 놓고 금융거래를 차단했다. 서울에 있던 이란계 은행인 멜랏 은행도 문을 닫게 했다. 그러나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을 제재하지 않고 있다. 이란에 했던 제재의 10분의 1도 지금 북한에는 하지 않고 있다. 중국과 얼굴 붉힐 일을 피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도 있고 해서 미·중 관계가 북핵 문제로 꼬이기를 원치 않는다.

△김 소장= 냉정하게 보면 우리가 갖고 있는 카드는 적고, 오히려 자충수를 둘 수 있는 카드는 많다. 결국 국제사회를 통한 제재다. 한·미 동맹을 통해 중국을 압박해 움직이게 하는 것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중국은 스스로 국가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인센티브가 강해지고 있다. 중국의 이익과 한국의 이익을 맞춰야 북핵문제 해결의 단초가 열린다.

△박 교수=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협력을 유도해야 하는데, 지나친 중국 역할론은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오히려 북한은 4차 핵실험 사전 통보도 하지 않았고, 수소폭탄 개발까지 주장하는데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설득해야 한다. 북한이 동북아, 세계의 문제아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야 한다. 결국 중국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미국과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일본과도 손잡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최근 중국 역할론에 대해서 회의론이 많다. 중국은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원하지 않아 강력한 제재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북한핵을 군사 대국화에 이용하려 든다는 시각도 있다.

△김 소장= 시 주석은 3차 핵실험 이후 중국 총참모부 최고 책임자를 불러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고 실질적인 통제 수단도 없지 않은가’라는 추궁이었다. 그리고 구체적인 정보를 토대로 현실적인 대안을 요구했다. 한반도 라인에서는 A부터 Z까지 모든 방안을 검토했다. 북한에 들어가는 중유 파이프를 잠그는 방법부터 식량 수출 통제, 교역 감축 및 중단, 심지어 조·중 비밀조약을 노출시키는 방법까지도 고려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최종 결론은 중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 체제가 위험해져 대량 탈북 난민사태가 발생하면, 부담은 중국이 모두 지게 된다는 논리였다. 근본적으로는 중국이 그 같은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할 만큼 한국과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는 도덕이 아니라 이익에 의해 움직인다.

△박 교수= 일본이 북핵을 군사 대국화에 이용한다는 것은 한국적 논리다. 일본에는 ‘중국의 해양 팽창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가 중요한 과제다. 최우선 정책순위도 중국 견제다. 일본이 대북문제를 다룰 때 우선순위는 일본인 납치, 미사일, 핵무기다. 그런데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없으니까 국제사회로 문제를 들고 나가는 것이다. 일본은 독자적으로 북핵을 컨트롤 할 수단이 없다. 일본은 6자회담 참여국이지만 문제 해결의 열쇠 국가는 아니다.

△김 소장= 국내 중국 전문가들도 대부분 중국이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점에 동의하지만 ‘근본적으로’라는 수식어 하나가 붙는다. 중국도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딜레마에 처한 것은 맞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과 통화하지 않고 있는데, 북핵이 가져오는 부담이 그만큼 늘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중국은 북핵 3대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다. 첫째 잘못된 행위에는 반드시 제재한다는 것, 둘째 예상되는 북한의 5·6차 핵실험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 셋째 하지만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이해관계를 해칠 정도로 비용과 책임을 부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중국을 너무 몰아붙이고 있다. 중국의 선택이 한국에 불리한 방향으로 가도록 조성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화제를 개성공단으로 돌려보자. 강력한 대북제재와 경제협력관계 유지는 모순 아닌가.

△박 교수= 정부가 개성공단 출·입경 인원을 줄였는데 대북 레버리지 효과나 대화국면의 준비를 위해서 어느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낮은 인건비로 공단에 입주한 우리 기업들에 혜택이 있으니, 폐쇄보다는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끌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중에 쓸 수 있는 카드를 미리 버릴 필요는 없다.

△김 소장= 동의한다. 개성공단은 우리 기업들에 경제적 혜택도 있지만 북한 입장에서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은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전진기지로 인식해야 한다. 지금은 제재 국면이지만 앞으로 평화와 대화 모드로 갈 수도 있는데, 그때까지 쓸 수 있는 카드가 개성공단이다.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지급 규모가 연간 1억 달러(약 1211억 원) 정도인데 실제로 폐쇄한다고 해도 김정은 정권에 대한 ‘돈줄 조이기’나 절대적인 ‘비핵화 압박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미래를 생각해서 유지하는 것이 한국에 유리하다고 본다.

△천 이사장= 개성공단은 돈의 규모가 문제가 아니다. 북핵 문제를 풀려면 김정은의 전략적 계산을 바꿀 정도의 제재를 가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강력한 제재를 하자고 외치면서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 개성공단의 존재로 우리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국제적 의지를 결집할 도덕적 권위를 스스로 잃어가고 있다. 연간 1억 달러는 작은 금액은 아니지만 그것 때문에 북한의 운명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공단을 폐쇄한다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의 말과 다르게 국제적인 제재 움직임에서 개성공단을 열외시켜 달라고 행동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결국 우리의 발언권이 사라지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도 축소된다.

△박 교수= 제재가 실질적으로 유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6자회담 참가국을 예를 들면,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 모두가 합의하는 것과 광범위하고 확실한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제재는 북한에 내성만 길러준다. 모든 국가의 동시적인 제재 역시 중요한 조건이다. 제재에 대한 국제적 합의만 이뤄지고, 개성공단이 포함된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본다.

△김 소장= 현실은 울퉁불퉁하고 거칠고 모난 돌이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국내 진보진영에서는 북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평화협정 또는 불가침조약 체결을 조건으로 핵폐기 협상을 해야 된다는 주장을 펼친다.

△박 교수= 바로 북한이 원하는 바다. 그 같은 논리와 전략은 그냥 북한의 주장과 요구를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핵 폐기를 목표로 한다면 지금부터 그런 방향으로 가야지, 다른 조건을 들어주고 차후에 협상에 들어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김 소장= 냉정하게 말하면 사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 상황은 우리가 현재 북한의 핵 인질로서 살고 있다는 의미인 동시에 우리가 북한을 고립·봉쇄 및 고사시켜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을 통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제일 좋은 방안은 김정은 체제의 붕괴와 북한 민주정부 수립이지만 그럴 수 없다면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진흙탕 속에서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마법의 열쇠는 없다고 생각한다.

△천 이사장= 북한이 핵무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김정은) 체제 종식을 하루라도 앞당기는 것밖에는 대안이 없다. 먼저 북한 체제가 종식될 때까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당면한 현실적 대책이다. 북한이 핵 포기에 나서도록 하기 위해서는 단순하고 형식적이거나, 포괄적으로 강화된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어렵다. 김정은 체제가 감당하지 못할 때까지 무한압박을 해야 한다. 그래야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진지한 대화와 협상이 가능하다. 김정은 체제가 감당할 수 없는 압박이 없는데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는가. 결국 돌아가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체제 종식을 앞당기는 방법을 취해야 하고, 그 같은 방식만이 북한이 핵 포기에 나서도록 만드는 유일한 길이다. 대안은 없다.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진단과 조언을 해달라.

△박 교수=세 가지 메시지를 정확하게 보내야 한다. 한·미 동맹에 따라 확실한 미국의 핵우산과 신뢰성 있는 억지 조치를 확보하고 있고, B-52 전략폭격기는 물론이고 다른 전략적 자산을 들여와서라도 대응을 한다는 사실이다. 서울이 불바다가 되는 상황이 오면 평양뿐 아니라 북한의 모든 도시가 지도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인식을 북한 지도부와 국민 전체에 확실하게 심어줘야 한다. 핵무기는 북한을 먹여 살리는 보물이 아니라는 것도 주지시켜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안과 역할을 찾아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중요하지만 결국은 한국이 헤쳐가야 하는 문제다.

△천 이사장=유엔 안보리가 추가 대북제재를 채택하는 바로 다음 날, 우리는 독자적인 추가 제재를 발표해야 한다. 안보리 차원의 제재로 북핵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중국도 이전과는 다른 압박에 나설 것이다. 또 미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들과도 유엔 안보리 이상의 제재를 준비해야 한다. 이란 핵문제가 해결된 것은 유엔이 나섰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이 전방위 제재를 가했고, 유럽연합이 이란의 석유와 가스회사에 대한 보험가입을 거부하는 등 다른 나라에서 뒤따른 측면이 강하다. 각국이 할 수 있는 수위가 다르지만 모든 것을 합해 안보리 추가제재 부족 부분을 보완해 최대 충격(맥시멈 임팩트)을 주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김 소장=현재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개발 성공단계에 이르렀지만 미국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주는 사안은 아니다. 북핵무기를 현 수준에서 동결시키는 것이 중국의 현실적 목표라는 생각도 든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우리의 역량과 시간, 외부 변수들을 구체적으로 따져 미국과 중국을 우리의 의지대로 조종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국가안보실은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종합적인 액션 플랜을 수립하고 인력과 재원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한다.

정리 =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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