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時評] 모래 위에 지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문재인 정부 설익은 유화책으로
폭파된 4·27공동선언 최후 유산
개성공단 철거등도 가시화할 듯
실질적 北비핵화에 초점 맞추고
국제공조로 한반도 안정 꾀해야
서울신문
입력 2020-06-17 11:30:37 | 수정 2020.06.17 11:30:37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한반도미래포럼 회원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됐다.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이 호언한 바와 같이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목격했다. 그 결과 뭐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던 ‘4.27 판문점 정상회담 공동선언’의 마지막 유산도 사라져 버렸다.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가 뒷받침되지 못한 남북관계 개선은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북한의 대남 강경 행보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의 하위 요소로 인식해 온 김정은 정권이 연초에 대미 정면돌파전을 선언할 때, 남북관계에서도 얻을 것이 없다는 계산도 마쳤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해 북한의 경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자 그 책임을 외부로 돌릴 필요성도 느꼈을 것이다. 본격적인 대남 강경책을 전개할 시기를 엿봤을 것이고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계기로 준비해 놓은 카드들을 하나씩 꺼내 들고 있다.
우리 정부의 설익은 대북 유화책은 통할 수가 없었다. 북한의 의도를 전혀 읽지 못한 채 대북전단만 막으면 북한과 대화를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집착했다. 그러다 보니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려 하고, 아무런 사전 예고도 없이 탈북 활동가와 관련 단체를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행보는 더욱 대담해졌고, 더욱 모욕적이었으며, 더욱 공세적으로 변했다. 뒤늦게 정부는 북한의 책임을 언급하고 강력히 대응할 것을 엄중히 경고했지만 이미 빛이 바래버렸다.
한반도 정세는 앞으로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대남관계를 총괄한다는 김여정의 입에서 뱉어진 개성공단 철거와 9.19 군사분야부속합의서 파기도 곧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예정된 8월과 북한 노동당 창건기념일 75주년을 맞는 10월에는 미국을 향한 전략도발도 예상된다. 그들 스스로 밝힌 ‘새로운 전략무기’를 선보인다면 재진입 기술이 완성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신형 잠수함에서 직접 발사되는 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 강도에 따라 한반도가 격동의 소용돌이에 빠질 우려가 크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Copyright ⓒ Sedaily. All Rights Reserved.
원문보기:
https://www.sedaily.com/NewsView/1Z429Q5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