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이드 칼럼] 2017년 세계기상도와 우리의 대응
[매일경제] 기사입력 2017.01.03 17:41:14 | 최종수정 2017.01.03 17:44:25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 전 주일 대사
새해가 밝아왔다. 올해 한국에서는 대선이 실시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며, 중국은 권력을 집중시켜온 시진핑 체제가 19차 당대회를 통해 새 진용으로 2기를 시작한다. 유럽에서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교섭이 시작되고,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이 대선·총선을 치러 반 EU 우파들의 집권 여부가 시험대에 오른다. 전후 국제체제를 뒷받침해온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민주주의 기반 침하, 미국의 지도력 약화, 저성장 세계경제, 무역장벽 우려 등 각종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결국 2017년 세계기상도는 `짙은 안개와 구름에 때때로 호우`로 예보해 볼 수 있다. 세계는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과 격변의 전환기를 통과하고 있다.
북한은 집권 5년을 경과한 김정은 체제가 일견 안정된 모습이나 시장화·달러화, 외부 정보 유입, 외교 고립, 제재 강화, 숙청 정치 등 체제 위협 요소도 증가하고 있다.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의 증언처럼 북한은 조기에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얻으려고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을 꾀할 것이므로 대화와 한반도 위기의 두 가지 가능성이 병존하고 있다.
동아시아는 트럼프 정부의 중국 흔들기에 대해 중국도 어려운 국내 사정으로 강한 대응이 불가피해 미·중 관계가 새로운 균형점을 찾기까지 상당한 굴곡이 예상된다. 대립전선이 외교·군사와 경제 중 어느 분야일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높은 상호 의존도와 빈번한 전략대화에 비춰 정면 충돌의 위험은 그리 높지 않다. 다만 최근 중국의 미국 드론선박 포획사건과 같이 대만, 남중국해, 동중국해, 북한 등 전략적 이해가 충돌하는 접점에서 우발적 충돌 위험이 상존한다. 중·일 관계는 트럼프 등장 이후 일본의 대미경사가 강화될 것으로 보여 긴장 요인이 증가하고, 동북아 지역 협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러 관계가 개선되면 러시아의 동북아 관여가 증대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동북아에서 강대국 게임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동남아에서 미·중·일 경쟁도 심화될 것이다.
유럽은 미·러 관계의 리셋 가능성, 발트해 지역에서의 러시아 군사 압력 증가, 미국의 군사비·방위 분담 증가 요구 등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차원의 밀고 당기기가 예상된다. 브렉시트, 반브뤼셀 기류, 테러 증대 등으로 EU의 구심력 저하가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경제적으로도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불안정이 지속될 것이다.
한편 중동은 여전히 가장 불안한 지역이 될 것이다. 미국·이란 간 갈등이 깊어지고, 친이스라엘 정책을 취할 트럼프 행정부와 아랍권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중심으로 갈등이 예견된다. 다에시(IS) 세력 약화와 함께 풍선 효과로 유럽·미국에서 테러가 증가하는 반면, 중동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증대될 것이다. 시리아·리비아·예멘 등 내전으로 실패 국가로 전락한 나라들도 안보 위협 요인이다. 이러한 불확실성 시대에 어떤 대응이 필요할까.
우선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실제 상황에서 유연하고 정교한 외교를 구사해야 한다. 이념·감정을 넘어 국익 우선으로 실용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 변화의 시대이니 만큼 기존의 틀을 당연시하지 말고, 이익의 균형 관점에서 교섭력 확보를 위한 카드·지렛대를 준비해야 한다. 둘째, 동북아에서 시급히 주변국 관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잠재적 긴장 요인에 대한 선제 대응이 필요하고, 회복 기조인 한일 관계도 조기에 안정시켜야 한다. 사드 관련 중국의 부당한 압력에는 의연히 대처하되 한중 관계의 추가 악화를 막고, 한러 관계 강화와 극동러시아 개발 참여를 모색해야 한다. 셋째, 전략적 인내정책 이후의 북핵 해법을 마련해 주변국들과 협의하고 5대1의 상황에서 해결을 꾀해야 한다. 완전히 단절된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지도 고민해야 한다. 넷째,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지정학적 변동이 무역·투자·자원·에너지에 미치는 위험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 다섯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보호무역 동향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환율 급변과 외국자금 이탈에 대한 방어벽도 튼튼히 해야 한다. 여섯째, 국제문제의 국내 문제화와 함께 테러·자연재해·전염질병 증가로 대외위기 발생이 늘어나는 만큼 범정부적으로 대외위기 관리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금년 우리 외부 환경은 어려워지는데 이를 다룰 내부 체제는 매우 취약하다. 대외문제 대처의 핵심은 초당적 합의다. 이를 위해 정부는 부처 간 소통을 원활히 하고 여야당과 긴밀히 협의함으로써 국내적 추동력을 확보해야 하고, 정치권도 초당적 협력으로 부응해야 할 것이다.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주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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