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대담/김영수]
<생존의 필수조건 ‘新자주국방’>“IT·제조업 기술·예산, 방위산업 육성에 쏟아부어야”
문화일보
기사입력 2016.10.05 오전 11:33
최종수정 2016.10.05 오전 11:48
김영수(오른쪽)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최진욱 통일연구원장이 4일 오후 문화일보에서
북한의 핵 위협 현안과 자주국방을 주제로 대담을 나누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한·미가 대북정책의 패러다임을 전면적인 ‘압박과 봉쇄’로 전환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해 외교적 해결을 모색했던 1994년 북·미 제네바 협상 이후 22년 만의 대변화다. 김정은 정권의 핵 능력 고도화, 핵무기 실전배치 임박은 그동안의 대화와 협상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 자체적인 방위력을 갖지 못한 국가는 언제나 외부의 위협에 시달려야 한다. 문화일보는 ‘생존의 필수조건, 신(新)자주국방’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진욱 통일연구원 원장과 4일 오후 문화일보 편집국 인터뷰룸에서 대담을 했다.
김영수 서강대교수 - 최진욱 통일연구원장 대담
△사회자 =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북한의 핵 공격 위협에 대한 해법은 무엇인가.
△김영수 교수 = 김정은에게 우리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도발을 감행하면 확실하게 대응한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야 한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핵 포기 유도가 6자 회담의 프레임이었다. 유용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두 가지가 중요하다. 먼저 자주국방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튼튼한 국가안보의 토대를 확립해야 한다. 여기에 북한 내부로 외부세계의 정보를 유입해 나가야 한다. 미국은 상·하원 모두 북한 내부 정보 유입 촉진 방안을 법안으로 상정했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김정은 정권의 가장 약한 고리가 바로 주민들의 자각이다. 그들이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지 깨우치게 해야 한다. 체제가 흔들리면 북한도 대화의 테이블로 나올 수밖에 없다.
△최진욱 원장 = 화해와 협력, 교류와 지원으로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이 과거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북한은 핵무기를 확대하면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지금 냉전 이후 처음으로 새로운 대북정책이 시도되고 있다. 대화로 꺾지 못한 핵 야욕을 제재와 압박으로 막고, 더 나아가 레짐 체인지(김정은 정권교체)까지 간다는 것이다. 엄청난 패러다임 전환이다. 일부에서는 안될 것으로 보고 대화를 주장하는데 다시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에 불과하다. 억지력 확보를 통한 북한의 변화에 전력을 집중해야 한다.
△김 교수 = 한국의 세계 최고수준 정보기술(IT) 능력과 제조업기술, 예산을 국내 방위산업 육성에 쏟아 부어야 한다. ‘방산 = 비리’라는 질곡에서 벗어나 국내 방위산업을 육성·발전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사회자 = 박근혜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한 주민들을 향해 “대한민국으로 오라”고 말했다. 북한은 강력 반발하고 있고, 야당도 ‘선전포고’라고 비판하는데.
△김 교수 = 지금 남북관계는 정상적 상태가 아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 체제 흔들기’로 파악된다. 재래식 무기를 무력화시키는 북한의 핵무기, 즉 비대칭 전력에 맞서 재래식과 핵무기를 모두 무력화시키는 체제 붕괴라는 또 다른 의미의 비대칭 전력을 사용한 것이다. 지금까지 야권은 박 대통령의 압박과 봉쇄 정책에 동조한 적이 없다. 발언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는 박 대통령에 대한 반대로 보인다.
△최 원장 = 박 대통령은 김정은 정권과는 대화를 통한 핵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보고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분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주민을 인질로 잡고 인권을 유린하면서 체제를 유지하는 북한 정권에 대한 압박이다. 대통령으로서 큰 용기를 갖고 결단을 내렸다. 새로운 대북정책의 선언이다. 대한민국 헌법 1, 2, 3조에 명시된 대로 ‘우리 영토인 한반도에 사는 우리 국민’인 북한 주민들을 보호하고, 책임지겠다는 의미다. 결정은 북한 주민들이 한다. 생각이 다를 수도 있지만 북한 주민의 자유와 복지,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와 노력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사회자 = 북한 핵 문제 해법을 놓고 언제나 그랬듯 대화론과 압박론이 다시 충돌하고 있다.
△최 원장 = 어떤 특별한 상황에서 대화만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경직된 태도다. 분위기가 되면 당연히 대화에 나서야 하지만, 사실상 압박정책을 취한 게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대화를 주장하는 것도 이상하다. 대화파들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켜보면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김 교수 = 대화와 압박은 오른손과 왼손에 해당된다. 둘 다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것이다. 대화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의 결과를 되돌아봐야 한다. 또 앞으로 대화의 장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반복됐던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핵 위협에 우리의 대응 의지를 정확하게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다. 현 국면에서 대화를 외치는 것은 대북 감상주의라고 본다. 이스라엘은 1980년대 초반에 시리아의 원자로까지 폭격했다. 예방 타격에 나설 의지와 각오가 없는데 북한이 변하겠는가. 그런데 우리의 국방력은 선제타격은 물론 예방타격에 나설 수준에도 이르지 못한다. 자주국방을 이룩하려는 근원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사회자 = 한국 사회는 남남갈등, 분열과 대립이 심한데, 과거의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은.
△김 교수 = 국난의 위기에서 지도자들의 상황 판단이 너무 늦었다. 그만큼 세상을 보는 눈이 뒤처져 있다는 것이다.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나 분열과 대립은 존재한다. 갈등과 분열을 하나로 모으는 원심력이 중요하다. 서독도 독일과의 통일 과정에서 분열이 심각했다. 하지만 “기회가 있을 때 결단하라”고 외쳤던 헬무트 콜 서독 총리는 이견을 수용하면서 지도력으로 밀고 나갔다. 다원주의 사회에서 이견 수렴과 지도력은 중요하다. 특히 안보 문제에서 혼선과 분열의 시간을 짧게 만드는 리더십이 작동하는 나라가 강한 나라다.
△최 원장 = 돌이켜보면 한국 정부는 남북 관계를 주도적으로 풀려고 몸부림쳤다. 한·미 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노력했다. 하지만 북한 때문에 항상 벽에 부딪혔다.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체제의 유지가 국가의 목표였다. 역대 어느 정부도 편안한 고민을 하지는 않았다.
△사회자 = 북한 핵 위협으로 국내에서도 핵무장론이 제기되고 있다.
△김 교수 = 현 상황에서 당연한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핵무장을 해야 북한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첫째, 핵을 가져도 북에 대해 쓰기가 유용하지 않다는 점과 둘째,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에 따른 원자력 발전 핵연료 공급 차질과 경제 제재를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우리가 잃을 것들을 생각해야 한다.
△최 원장 = 국제정치 구조상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국내에서 핵무장 목소리가 확산되는 것은 북한 핵 위협에 대한 인식의 반영이라고 본다. ‘맞다’ ‘틀리다’라고 말하기 이전에 그런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먼저 북한 핵 저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 교수 = 북한은 우리의 생각보다 빠르게 핵 능력을 증강시켰다. 우리 국민은 북한 핵 피로감으로 핵무기가 얼마나 위험한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국민 불안을 이유로 지금까지 제대로 실상을 알리지 않았다.
△최 원장 = 북한 핵은 오래된 문제다. 지금 핵무장 필요론과 전술핵 재배치가 나오는 이유는 과거의 안일함에 대한 반성이라는 측면이 있다. 심리학적으로는 인지 부조화 현상이다. 북핵이 위협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점을 알게 되면서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까지는 일치하고 있는데, 한쪽은 ‘대화’, 다른 한쪽은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로 나오고 있다. 이제는 인지 부조화에서 인지 조화로 가야 한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북한 핵 위협에 대한 모든 대응 수단을 찾아 나가야 한다.
△사회자 = 북한 체제의 변화, 김정은 정권 붕괴가 수년 내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가.
△김 교수 = 북한은 두 번이나 절대 권력을 세습 승계했다. 김일성이 죽으면 북한이 망하고, 김정일이 죽으면 북한이 무너진다고 생각했는데 모두 틀렸다. 여기에 최근 약화되고 있는 폐쇄성 측면을 점검해 봐야 한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북한의 장마당에서 판매되고 있다. 결국 절대권력은 승계 되고 있지만 폐쇄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은 북한 체제가 변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 내부로의 외부 정보 유입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자 방법이다. 북한 주민들도 외부 세계의 정보를 갈망하고 있다. 김정은의 딜레마라고 본다. 미국도 북한을 바꾸려고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북한의 변화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최 원장 = 비슷한 생각이다. 북한 주민들은 달라지고 있다. 북한과 같은 독재사회의 체제 변화는 주민들에 의해서 ‘밑에서 위로’진행된다. 시장과 정보가 동력이다. 동서독의 통일은 동독의 주민과 서독의 정치인들이 일구었다는 얘기가 있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하나로 받아들이고, 북한 주민들이 선택하면 김정은 체제는 바뀐다. 우리의 시대적 소명이다.
사회 = 이제교 정치부 차장 jklee@munhwa.com
정리 =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 金 교수는…
△1957년생 △서강대 정치외교학 박사 △통일부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위원 △북한연구학회 회장 △통일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서강대 교학부총장
■ 崔 원장은…
△1959년생 △신시네티 주립대 정치학 박사 △통일정책연구협의회 운영의장 △북한연구학회 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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