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칼럼] 아베 담화와 韓日 역사화해
곧 광복 70주년을 맞는다. 지난 70년간 우리는 중견국가로 발돋움하였지만 통일의 길은 열리지 않았다. 여전히 우리 광복은 미완성이다. 이런 가운데 아베정부의 역사수정주의는 동북아에 20세기 과거사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한·일관계를 크게 악화시켰다. 다행히 최근 양측 노력으로 변곡점을 지나 회복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8월 14일 각의결정을 통해 발표할 종전 70년 아베 담화가 새 악재가 될 우려가 있다.
아베 담화 내용을 검토하는 '21세기구상간담회'는 8월 6일 보고서를 제출했다. 유감스럽게도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침략에 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식민지 지배에 관해서는 제국주의라는 보편적 역사의 흐름으로 치부했다. 단지 식민지 지배가 민족자결의 대세에 역행하면서, 특히 1930년대 후반부터 가혹했었다고 기술하는 데 그쳤다. 둘째, 반성만 언급하고 사죄는 언급하지 않았다. 가해자의 내적 성찰에 그치고 피해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외적 화해의 손길은 외면한 것이다. 셋째, 한·일관계는 냉전시대 한국의 이성적 판단으로 잘 발전하였으나, 탈냉전과 민주화로 감정적 기제가 발동하여 과거사 문제가 불거졌다고 주장하였다. 과거사 현안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잘못된 역사인식을 반복하여 문제를 야기한 일본의 원초적 책임은 도외시하였다. 한국이 골포스트를 옮겼다고 비판하지만, 아베정부야말로 일본이 스스로 작성하고 20여 년 계승해온 과거사 관련 담화들을 흠집 내고 이에 반하는 발언·조치·행동으로 골포스트를 빼버리려 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보면 아베 담화가 우리 기대를 충족시킬지 의문시된다. 그 기준은 무라야마 담화에 명시된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의 4개 요소로 압축된다. 이는 7월 17일 일본 학자 74명이 낸 '전후 70년 총리 담화에 관한 성명'과 8월 7일자 요미우리신문 사설에서도 확인된다. 또한 미국 스탠퍼드대학 아태연구소가 8인의 학자들에게 일본 총리 입장에서 담화를 직접 작성해보도록 한 결과 5인이 4개 요소를 포함시켰다. 결국 아베 담화는 역사화해를 위한 '덧셈의 역학'이 아니라, 일본정부의 기존 인식을 지킬 것인지에 관한 '뺄셈의 역학'이 될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대응은 어찌 해야 할까? 우선 아베 담화의 내용이 만족스러울 경우 평가하되, 좀 부족하더라도 한·일관계 회복기조는 유지하여야 한다. 일본의 과거사 인식문제는 역사화해가 필요한 장기과제다. 일본 국민을 상대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아베 담화의 문제점은 분명히 지적함으로써 금후 일본의 역사수정주의 움직임에 대한 국제여론의 억제를 꾀하여야 한다. 둘째, 일과성 대응이 아니라 실효적 방법으로 일본의 올바른 과거사 인식을 확보해야 한다. 전후세대로 바뀐 일본사회가 역사 인식에 앞서 역사 사실을 알도록 해야 한다. 2차 이래 중단된 한일역사공동위원회를 조기 가동하고 한·중·일 공동 역사교과서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과거사가 녹아 있는 소설을 일본어로 번역 출간하고 영화를 제작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 일본의 과거사 인식은 본래 일본이 결자해지할 문제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역사수정주의의 배후에 있는 구조적 문제를 염두에 두고 국제사회 기준에 맞는 복합적 대응을 해야 한다. 넷째, 우리도 과거사 문제에 관한 입장을 명확히 하여 일본과 국제사회에 이해시켜야 한다. 특히 과거사 인식문제는 새로운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일본 정부담화를 지키라'는 점을 강조하여 골포스트론을 불식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2010년 강제병합 100년을 계기로 발표한 '간 담화'의 중요성도 재확인해야 한다. 다섯째, 한·일 역사화해라는 큰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화해는 가해자의 사죄와 피해자의 관용으로 이루어진다. 협력에 의한 해결 노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평화헌법하 전후 일본의 변화를 평가하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
광복 70년을 맞는 우리도 피해자로서의 역사 청산작업을 해야 한다. 35년간 국권을 잃게 된 치욕의 역사를 철저히 되새김질함으로써 험난한 동북아 전환기를 잘 헤쳐 나가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를 이루는 역사적 지혜를 모색할 때다.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주일대사]